[시승기]HEV SUV '니로' 막혀도 달려도 실연비 26.5km/ℓ

넉넉한 실내공간에 가속성능도 만족...4륜구동은 없어

카테크입력 :2016/04/11 08:50

정기수 기자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국내 첫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의 초반 흥행 추이가 매섭다. 영업일수 기준 보름여 만에 누적계약대수 2천500대를 기록했다. 월간 판매 목표는 이미 뛰어넘었다. 기아차는 당초 니로의 올해 내수 판매량을 1만8천대, 연말까지 9개월 간 월평균 2천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특히 니로는 출시 이후 6영업일 간 1천여대 이상의 계약이 추가됐다. 일평균 150~160여대씩 계약되는 셈이다.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월간 3천300여대, 연간 4만여대에 달하는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로가 아직 실차가 전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회사 안팎으로도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내심 연간 판매목표를 뛰어넘는 실적을 점치고 있다. 니로의 경쟁상대로는 쌍용차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 한국GM 트랙스 등 소형 SUV가 꼽힌다. 경쟁 모델 대비 니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기아차가 내세우는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고연비다.

기아차 서보원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니로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기준인 연비, 가격, 디자인, 안전, 공간, 성능 등 6가지 요소에서 경쟁모델과 비교해 모두 우위를 가지고 있는 '8방 미인'"이라고 자신했다.

니로 주행 모습(사진=기아차)

니로의 시승은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경기 양평 봄파머스 가든을 왕복하는 왕복 12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노블레스 모델이다. 기자는 W호텔로 돌아오는 편도 약 60km 구간을 시승했다.

처음부터 과도한 연비 운전은 배제했다. 도로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인 만큼 가급적 전기모터를 활용하기 위해 중저속 구간에서는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다루며 배터리 충전에 신경을 썼다.

니로에 탑재된 '에코-DAS(Driver Assistance system)' 기능을 활용해 틈틈히 관성 주행도 했다. 이 기능은 각종 지형정보와 목적지 정보를 바탕으로 전방 감속 상황이 예측되는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시점을 미리 계기판에 표시해 준다.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여줘 연비 운전을 돕는 기능이지만, 전방 주시를 해야 하는 주행 중 매번 확인하기는 어렵다.

니로 시승을 마친 후 기록한 평균 연비는 26.5km/ℓ를 기록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편도 1차선 국도에 들어서 앞을 가로막은 화물 트럭 때문에 약 10km 정도 어쩔수 없이 40km/h로 서행했다. 이전 주행을 통해 얻은 배터리 충전량으로 EV모드로만 주행이 가능했다. 모터로만 차량이 구동된 이 구간에서는 한 방울의 기름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정체 구간인 올림픽대로에 진입해서도 10~20km/h로 가다 서다를 끊임없이 반복했지만 평상시와 달리 주유비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았다. 계기판 EV모드 표시에 선명히 불이 들어와 있기 때문.

이날 시승을 마친 측정한 최종연비는 26.5㎞/ℓ였다. 공인 연비를 10km/ℓ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18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니로의 복합 연비는 17.1㎞/ℓ다. 앞서 W호텔에서 양평까지 구간을 운행한 동승자는 EV모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평균 70km/h로 주행한 결과 21.4㎞/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일상 주행에서도 리터당 20㎞ 이상의 연비는 무난할 듯 싶다.

니로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니로의 주행 성능도 시험해봤다.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에 힘을 넣었다. 거친 엔진음이 들려오며 소형SUV답지 않은 민첩한 반응으로 빠르게 치고 나간다. 에코 모드에서 다소 답답하게 느꼈던 반응과는 확연히 다르다.

니로는 현대차의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f·m의 신형 카파 1.6 GDI 엔진과 최고 출력 43.5마력, 최대 토크 17.3kg·m의 32kW급 모터 시스템이 결합돼 최고출력 141마력, 시스템 최대토크 27.0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경량화와 고효율을 목표로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더블클러치트랜스미션)가 맞물려 신속한 변속감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비만 좋은 재미없는 차로 여겨지지만 니로의 주행성능은 꽤나 만족스러운 편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며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100km/h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도 힘에 부치지 않는다.

다만 하이브리드차량답게 출발과 저속 구간에서 감탄을 자아낼 만큼 고요했던 실내는 고속으로 달리자 노면음과 풍절음이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동승자와 대화하는 데 크게 불편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니로의 레그룸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하다(사진=지디넷코리아)

또 다른 이 차의 강점은 차급을 뛰어넘는 실내공간이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척도인 휠베이스(축거)가 2천700mm에 달한다. 한 단계 윗 차급인 스포티지·투싼(2천670mm)보다도 30mm 길다. 기아차가 니로를 출시하며 소형SUV의 절대강자로 언급한 티볼리(2천600mm)보다도 100mm 길다. 다만 티볼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4륜구동 모델은 니로에 없는 점은 아쉽다.

실제 신장 177cm의 기자가 뒷좌석에 앉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운전석 공간도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다. SUV답지 않은 낮은 전고와 가죽시트의 착좌감이 어울려 세단으로 착각할 만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니로(사진=기아차)

외관은 기아차 SUV 라인업의 디자인 특징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전면부 기아차 특유의 호랑이코 그릴과 헤드램프, 와이드한 범퍼 등 익숙한 모습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기존 SUV 차량들의 디자인이 호평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선택이다. 다만 헤드램프 위치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듯 그릴보다 높은 곳에 자리잡았다. 공력성능 향상을 위한 헤드램프 옆공기 흡입구와 포그램프 주변 L자 형태의 크롬 장식도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차량인 만큼 각종 세제 혜택이 적용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니로의 가격은 ▲럭셔리 2천327만원 ▲프레스티지 2천524만원 ▲노블레스 2천721만원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니로는 취득세가 140만원 한도, 공채가 200만원 한도에서 감면된다. 또 정부 보조금이 100만원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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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적용한 실구매가격은 ▲럭셔리 2천235만원 ▲프레스티지 2천445만원 ▲노블레스 2천655만원 수준으로 표시가격보다 66만~92만원 내려간다. 공영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 해택도 추가로 제공된다.

실제 이날 시승한 노블레스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3천137만원. 취등록세 및 공채할인 혜택 62만5천원과 보조금 100만원의 혜택을 받으면 실제 구매할 때는 3천99만5천원만 내면 된다.

니로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양평 봄파머스 가든에 전시된 기아차 SUV 라인업(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