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예약 판매량이 32만대를 넘어서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테슬라는 7일 오후(미국시각)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모델 3가 공개된지 1주일 만에 32만5천대가 넘는 예약 판매량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판매대금은 약 16조원에 이른다.
단일 차종이 1주일여의 단시간 동안 32만5천대의 예약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 2010년 출시된 이후 가장 많은 전기차 누적 판매량(21만1천대)를 기록한 닛산 리프도 훌쩍 넘어섰다.
테슬라는 늘어나는 모델3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을 늘릴 방침이다. 사전예약 고객들의 불편함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따라 모델3가 향후 전기차 대중화에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델 3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하자, 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모델3에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이 탑재되면서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다급해진 GM "볼트 EV 주행거리 늘릴 것“
테슬라 모델3 공개 이후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은 바로 GM(제너럴모터스)다.
GM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쉐보레 볼트(Bolt) EV 양산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볼트 EV의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00마일(약 321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0mph에서 60mph(약 96km/h)까지 7초대에 도달할 수 있다. LG전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된 60kWh급의 배터리팩도 탑재됐다. 판매가격은 3만달러(약 3천471만원)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모델 3도 볼트 EV와 비슷한 주행거리 및 가속성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같은 예상을 뒤집었다.
1일(한국시각) 공개된 테슬라 모델 3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215마일(약 346km) 주행 가능하다. 이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인증을 받은 것이다. 0mph에서 60mph까지의 가속성능은 볼트 EV보다 1초 정도 빠른 6초대다. 모델3의 판매가격은 3만5천달러(기본형 기준, 약 4천만원)다.
모델 3의 출시시기는 볼트 EV보다 늦다. GM은 올해 말 볼트 EV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며, 테슬라는 내년 말부터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모델 3 판매를 진행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출시시기가 1년 넘게 남은 모델 3가 볼트 EV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급해진 GM은 지난 6일(미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워렌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볼트 EV에 대한 잠재 성능을 부각시키기 위한 자리다.
이 자리에 참석한 GM 엔지니어들은 “올해 말 출시되는 볼트 EV의 주행 가능 거리는 CES 2016 때 발표됐던 200마일보다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GM뿐만 아니라 독일 자동차업체들도 테슬라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은 “내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0종을 출시하며, 2019년에는 한번 충전에 500km까지 갈 수 있는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올해 CES 2016에서 한번 충전에 최대 600km까지 갈 수 있는 전기 콘셉트카 ‘BUDD-e'를 공개했다. ’BUDD-e'로 가솔린차만큼의 주행거리를 가진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포부다.
아우디는 LG화학과 삼성SDI와 힘을 합쳐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 SUV를 출시할 방침이다. 아우디는 지난 1월 오는 2018년 벨기에 브뤼셀 공장에서 순수 전기 SUV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이 차량에 탑재할 고용량, 고성능 배터리 셀 공동 개발에 나선다.
■“국내 업체, 테슬라 대응하려면 협업해야”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자율주행차 개발 관련 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업체 간 협력 및 융합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8일 오전 서울 강남 CNN the Biz 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공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은 기존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에 비해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스스로 차선 변경이 가능한 기술이 탑재된 점은 높게 평가될 만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테슬라 오토파일럿에는 현재 모델 S와 모델 X등에 적용됐다. 자율주행 기능 뿐만 아니라 원격 호출이 가능한 ‘서몬(summon)' 기능, 평행 주차 지원 기능까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는 내년 출시 예정인 모델3에서도 오토파일럿을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모델 3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 교수는 “국내 업계가 테슬라의 진화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체 간 스마트카 표준화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업체 간 협력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허 공개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을 본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테슬라와 구글 등을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계인 ‘자동차융합 얼라이언스’가 올해 초 설립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이뤄진 이 얼라이언스에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IT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얼라이언스 전장화 분과에서 ‘운전편의’, ‘정보융합’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DAS(운전자보조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편의 및 인포테인먼트 기술 솔루션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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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를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융합 얼라이언스는 아직 설립 초기 단계다. 얼라이언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상현 전자부품연구원 센터장(자동차융합 얼라이언스 전장화 분야 간사)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과 IT 및 통신 업체들 간 협업이 부실한 상황”이라며 “기업 문화와 생태주기에 대한 간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로 진입장벽을 낮춰야 테슬라 같은 외국기업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