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첨예한 갈등을 낳고 있는 가입자당재송신(CPS) 문제에서 다시 한번 무기력한 모습을 나타냈다. 법원이 구체적인 재송신비를 적시한 것과 달리, 방통위로서는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정도가 최선책이라며 또 다시 뒤로 물러섰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적정한 재송신 대가에 대해 “방통위가 조정자의 역할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재송신 문제가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난제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바둑 경기를 보면서 "인공지능이 나오면 변호사, 회계사, 의사, 펀드매니저, 기자 등의 업무도 대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상파 재송신 대가도 인공지능이 계산할 수 있을까'란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런 힘든 작업들을 알파고도 잘 못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또 최근 지상파-케이블 진영간 재송신 소송에서 법원이 가입자당 190원, 170원으로 손해배상청구 금액을 판결했지만, 이것도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거칠게 짐작한 것일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최 위원장은 "법원도 나이브하게(어림잡아)생각한 것 아니겠느냐”며 "결국 법원이 적절한 금액을 모른다고 할 순 없으니 상황을 참작해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대가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만큼, 방통위 역시 이해당사자간 대가 협상을 진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정도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최 위원장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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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절차라든지, 가격 산출에 있어서 고려되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우선 제시해서 당사자들 사이에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좀더 원활한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방통위가 뒤에서 후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직까진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지상파나 유료방송 쪽에서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금액이 어떤 근거에서 산출돼 나오는지 논리적인 설명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제3 기관인 방통위가 적정대가를 얘기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