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정치인의 마리오네트가 아니다"

[데스크칼럼]개발시대 기업-정치 주종관계

데스크 칼럼입력 :2016/04/06 16:40    수정: 2016/04/06 16:41

"기업은 특정 정치 세력에 이리 저리 휘둘려도 되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아니다. 더구나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미래 투자 사업은 누가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마는 일이 아니다."

6일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 지역에 유치하는 방안을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재계 한 관계자가 내놓은 짤막한 촌평이다. 그러나 이 짧은 촌평은 1960년대 이후 지속된 '정치와 기업의 잘못된 주종 관계'를 비판하는 촌철살인이기도 하다.

삼성 로고

경제 활성화 방안은 선거철마다 각 정당이 내놓는 단골 메뉴다.

늘 먹고 사는 문제가 고달픈 유권자들이 가장 귀기울일 만한 이슈가 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와 관련된 정치인의 선거 공약은 철저하게 법과 제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낡아서 불편하거나 쓸 모 없어진 법과 제도를 고치는 방안을 내놓고 서로 경쟁하는 게 선거이고 그걸 하는 곳이 정당이기 때문이다.

지역 후보가 아니라 중앙당 선거 공약은 더욱 더 그래야 한다.

국내외 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나 정부 예산을 우선적으로 빼내올 수 있다고 자랑하는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지역민으로서는 당장 좋게 들리겠지만 대개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표만 얻고 보자는 뻔한 헛소리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공약은 실현된다해도 결과적으로 그 방법이 옳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인 투자유치나 예산 분배가 아니라 연줄로 부당하게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지역 이기주의가 불가피해진다. 우리 정치의 오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지역주의도 이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이 발표되자마자 국민의 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5공식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논리도 이와 같다. 이런 문제는 특정인 누군가가 삼성을 잘 알거나 삼성에 압력을 행사해서 설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정치인 상당수가 아직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데 있다.

개발독재 때 생긴 '정치인과 기업인의 주종관계'가 그만큼 뿌리깊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각 정치세력이 기업을 놓고 공약 다툼을 벌이면 기업이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약 삼성이 더불어민주당 공약을 위해 실제 광주에 공장을 짓는다면 현재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정부가 가만히 있겠는가.

삼성에 온갖 탄압을 가할 것이라는 게 일반 국민의 상식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으로 광주에 삼성 전장 공장을 유치해 그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그 공을 자신의 것으로 독점하려 할 게 아니라 다른 정당과 머리를 맞대 지역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게 순리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를 진지하게 고민한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 말대로 기업은 지금 정치권에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흔들릴 시간이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은 줄고 있고 경쟁은 더 극심해졌다. 삼성만 해도 지난해부터 뼈를 깎는 자세로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만큼 위기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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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한 두 명 더 당선시킬 목적으로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기업을 이용할 때가 아니다.

삼성은 이날 "전장사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투자 계획은 검토된 바 없다"는 말로 짧게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