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지도 쓰려면 위성영상 손봐야" 구글 "NO"

한국지도 국외반출 둘러싼 정부-구글 시각차

컴퓨팅입력 :2016/04/06 10:54

구글이 불완전한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정부 측에 한국 지리정보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취재 결과 양측은 허용 조건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 조율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구글은 유독 국내 지역에서 기능이 제한된 구글지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도 중이다. 현재 한국에서 제공되는 구글지도는 도보 길찾기나 고화질 항공사진 등 주요 기능이 제한된다. 그래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앱 기반 지도서비스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도 데이터를 갖추지 못해서다. 내국인들에겐 국내 포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구글지도 서비스의 기능 제약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불편하게 인식될 수 있다.

[☞관련기사(2013.12.15): '구글지도 쓰고싶은데...' 관광공사의 고민]

[☞관련기사(2015.1.8): 관광공사, 이번엔 구글지도 쓸 수 있을까?]

구글이 필요한 데이터를 쓰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이론상 2가지다. 하나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넘어가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 구글에서 원치 않을 만한 방식이다.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정기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국내 지도서비스 사업자들처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부 및 관계부처의 감사와 보안 점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 구글 측은 이같은 조건의 현실성 문제 이전에, 자사 데이터센터에 올라간 데이터 위치를 지리적으로 통제하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Pixabay]

구글이 시도한 방식은 주로 다른 하나,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데이터센터에 써도 된다는 정부 허락을 받는 것이다. 그간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반출하는 주체나 이를 승인하는 절차는 여러 번 바뀌었다. 구글은 수차례 정부 허락을 받기 위해 시도했다. 이런 구글의 움직임이 지난 2010년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성공적이진 않았다. 정부는 구글같은 회사에 제공 가능한 영문판 국외반출용 지도(1:25,000 축척)를 만들어 내놓기도 했지만, 구글은 그보다 더 정밀한 지도(1:5,000 축척)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기사(2013.5.31): 구글, 김앤장 통해 한국 지리정보 반출 시도]

[☞관련기사(2013.12.20): 한국서 구글맵스로 도보 길찾기 가능해지나]

[☞참조링크(2014.3.27): (보도자료)전자지도 국외반출 길 열렸다]

[☞관련기사(2014.12.24): 구글, 한국 지도정보 반출 다시 시도?]

[☞관련기사(2015.12.28): 구글, 한국 지도 반출 포기했나]

구글은 결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머물러 있다.

구글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중순 진행한 제6차 ICT정책해우소에 참석, 이번에도 정부 측에 지도데이터 반출을 요청했다.

당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국토지리정보원 측은 "국가보안시설 및 군사시설 등이 지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구글이 처리한다면 지도 측량 데이터 해외 반출 허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정부 측에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건 이례적이라 눈길을 끈다.

이제 곧 구글이 지도서비스에 한국지도 데이터를 쓸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ICT정책해우소에서 나온 국토지리정보원의 답변은 구글지도 서비스에 한국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최소한 구글이 자체 보유한 위성지도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확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기존과 다르지 않은 제도적 조건을 만족해야 지도데이터 반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즉 정부가 한국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요건을 이전보다 완화한 것은 아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측 담당자는 "구글이 위성영상 서비스를 국내 주요 보안 및 군사시설을 노출되지 않게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한국 지도 데이터와) 그 상이한 점이 대조돼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구글의 데이터에 보안 처리를 적용하면 반출 여부를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국토지리정보원의 제안대로 한국 지역내 주요 시설을 '보안 처리'한다고 약속하더라도, 반출을 100% 승인받을 수 있다는 얘기와 차이가 크다. 보안 처리 적용은 정부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최소 조건'일 뿐이다.

지도 국외 반출을 결정하는 절차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심사기준'을 따른다. 구글같은 회사의 신청을 받을 경우 국가안보 또는 국가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으로 분류된다. 미래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자부, 산업부, 국정원 등에서 소집된 담당자들이 모여 '국외반출 협의체'를 구성하고 반출 허용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사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협의체가 소집된 적은 없다.

[☞참조링크: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심사기준

관련기사

그리고 앞으로도 협의체가 소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글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내건 최소 조건조차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한국 정부와 다국적기업 구글 간의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에 관한 입장은 더 조율되기 어려워 보인다.

ICT정책해우소에 참석했던 구글 측 담당자는 국토지리정보원의 답변 내용에 대해 (데이터 보안 처리 없이) 원 정보 그대로 서비스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코리아는 해당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 줬으며, 관련 추가 질의에 "각 서비스 대상 국가의 요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