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결국 포기한 걸까? 아니면 한국 정부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걸까?
구글은 자사 지도서비스에서 한국 지역내 도보 길찾기나 고화질 항공사진을 제공하지 못한다. 한국 지역에서 해당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전자지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할 지리정보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구글은 5년 넘게 한국 정부에 지도(지리정보) 반출을 신청해 왔지만, 현재까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아예 구글같은 외국 사업자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국외반출용 지도를 따로 만들어 내놨는데 어째선지 구글은 이걸 쓸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맥 못 추는 구글지도·구글어스
구글의 한국 지역 대상 지도 관련 서비스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디지털 지도 및 위성사진, 항공사진 보기 서비스에 비해 제공되는 기능 적거나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는 한국 사업자의 지도 서비스 활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구글지도에 익숙한 외국 사용자들의 한국에 대한 접근성을 약화시킨다.
구글지도는 세계 각국 지리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보와 자동차 길찾기,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실시간 교통 상황, 3D지도와 실내 지도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지역마다 지원하는 기능에 차이가 있는데, 한국 지역에선 쓸 수 없는 기능이 많다. 한국 지역에선 구글지도로 대중교통을 제외한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일체 쓸 수 없다.
구글어스는 세계 각지의 지형과 장소를 고해상도 위성사진과 항공사진으로 재구성해 실사처럼 보여 주는 일종의 디지털 영상지도인데, 역시 타 지역 대비 한국 영상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하는 문제를 보인다. 인접국가와의 국경, 한국의 지명, 지리, 주요시설물 등이 실제와 다르게 표기되거나 수십년 전의 낡은 정보로 나타나는 식이다.
구글은 일단 국내 사업자인 SK플래닛의 지도 데이터를 제공받아 최소한의 구글지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편으로는 외국 지역대비 부족한 한국 지역 대상 구글지도와 구글어스 기능을 확충하기 위해, 한국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지리정보 반출'을 수차례 시도해 왔다. 그 과정은 한마디로 실패의 연속이다.
■구글지도 개선 시도의 흔적
구글이 자사 서비스에 원하는 기능을 넣으려면 항공사진과 수치지형도를 포함하는 한국의 전국 지도데이터를 쓸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는 공식적으로 구글의 데이터센터 시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이 그 데이터를 쓰려면 외국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즉 국외로 반출해야 한다. 현행법상 정부 승인을 요하는 부분이다.
구글은 5년 전인 2010년 한국 항공사진 국외반출을 위한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승인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연구 목적으로 일부 지역 지도 반출을 신청시 승인된 사례가 있었지만, 구글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전국 지도 반출을 신청해 승인된 적은 없었다.
제보를 통해 구글이 4년전 경기도 관내에 지도서비스를 위한 서버 인프라 구축을 하려다 포기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내 인프라 구축시 네이버나 카카오(당시 다음)처럼 해당 시설에 대해 정기적으로 정부와 관계부처의 감사 및 보안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구글은 이를 원치 않았을 듯하다.
구글은 2013년 봄에도 지도 국외 반출을 시도했다. 한국의 유명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법률 자문까지 의뢰했다. 전국 항공사진과 수치지형도 등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반출하려는 목적의 연장선이었다. 김앤장 측에 주어진 시한은 연말까지였다. 이 때도 국토부 장관 승인은 못 받았다.
■한국 정부, 국외반출용 지도 별도 제작
정부가 퇴짜만 놓은 건 아니었다. 국토부 산하기관 국토지리정보원은 2013년 12월 구글처럼 상업용 서비스에 제공 가능한 국외반출용 영문판 전자지도 제작을 마치고, 2014년초 개정된 측량법(현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그 반출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3년말 국토지리정보원이 제공한 '샘플 지도'를 가져가 본사 엔지니어를 통한 기술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국외반출용 지도를 실제 서비스에 도입할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이제껏 구글지도와 구글어스의 한국 지역 데이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걸 보면, 아직 쓰이지 않는 듯하다.
실제로 구글은 한국 정부에서 만든 국외반출용 전자지도를 쓰기 위해 정부부처나 관련기관에 요청하지 않았다. 전자지도 국외반출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와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영상과, 국토조사과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다. 구글코리아 측은 관련 문의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
다만 구글이 한국 지도의 국외 반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인지, 모종의 이유로 한국 정부가 제공한 국외반출용 전자지도에 대해서만 관심을 끊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국내서 구글지도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대표는 구글이 여전히 한국 지도 반출을 시도 중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구글, 국외반출용 지도 안 쓰나 못 쓰나
정부가 외국 업체들에게 제공하려고 만든 국외반출용 전자지도가 만들어진지 2년 넘게 안 쓰인다면, 그 배경으로 추정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로 짐작된다. 사업자가 국외반출용 지도의 실용성을 낮게 봤거나, 관련법 개정으로 완화된 반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단 얘기다.
실용성 문제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도를 제작했을 당시부터 제기됐다. 정부의 2만5천분의 1 축척 (1:25,000) 지도는 국내 업체의 1천분의 1 축척(1:1,000) 지도보다 정밀하지 않다. 구글이 한국 지도 서비스에 이를 도입해도 국내 사업자 수준에 못 미친다면, 활용 유인이 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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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국외반출 기준이 완화됐다지만 외국 업체 입장에선 별다를 게 없는 걸 수도 있다. 개정된 지도 반출 절차는 허용 여부를 미래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자부, 산업부, 국정원 등 유관기관 담당자로 구성된 '국외반출 협의체'의 결정에 맡긴다. 협의체 판단이 기존 장관 승인 대신이다.
장관 승인 대신 유관기관 공무원들이 모이는 협의체의 검토를 받는 게 법적으로 완화된 기준이긴 하다. 다만 사업자가 체감할 지는 별개다. 구글이 이번에 반출 기준이 완화된 지도보다 더 정밀한 데이터를 원한다면 결국 종전과 같은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계속 반출을 시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