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한 발 물러서면서 잠잠해지는 듯하던 암호화 관련 문제가 브뤼셀 폭탄 테러 여파로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이클 맥콜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의회가 암호 관련 법 처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의회 전문 사이트 더힐이 보도했다. 맥콜 위원장은 이날 “의회가 뭔가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 역 등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직후 나왔다. 이 테러로 30여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100명을 웃도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 한 풀 꺾이던 애플-FBI 공방, 또 관심 집중
요즘 미국에선 암호화된 기술을 푸는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 버너디노 총기 테러 사건 현장에서 입수한 아이폰 잠금 해제 기술 우회 문제를 놓고 애플과 FBI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미국 법원이 애플 측에 “아이폰 잠금 장치를 우회할 기술 지원을 해주라”고 명령하면서 사생활 보호와 테러 방지 간의 균형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FBI가 이번 주 초 “애플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암호를 풀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긴장 상태가 조금 잦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벨기에 브뤼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암호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극단 테러주의자들이 암호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그들의 행동을 감지하는 것이 갈수록 어렵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암호화 기술과 테러 가능성을 직접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대해 반론도 적지 않은 편이다.
더힐에 따르면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아담 쉬프 의원은 “브뤼셀 테러범들이 암호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쉬프 의원 역시 “테러범들이 앞으로도 공격 계획을 수립하는 데 가장 안전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미국 상하원 모두 바쁘게 움직여
현재 미국 의회는 수사 기관들이 암호 처리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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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에선 정부가 요구할 경우 기업들은 암호를 풀어주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또 마이클 맥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 등은 암호화 이슈를 우선 연구하기 위한 국가 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미국 하원에선 2개 소위원회가 암호화 관련 워킹 그룹을 결성했다고 더힐이 전했다. 이 워킹그룹은 하원 법사위원회와 에너지 및 통상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