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싸움의 판이 바뀐다

400불 이하 중저가폰 대혈투, 프리미엄→보급형으로 확전

홈&모바일입력 :2016/03/23 11:55    수정: 2016/03/23 14:00

정현정 기자

프리미엄의 대명사였던 애플이 40만원대 보급형 아이폰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여파로 아이폰 성장세가 꺾이면서 보급형 시장까지 눈을 돌렸다.

애플의 가세로 올해 200~400불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어선 가운데 신흥 시장 소비자들을 새로운 스마트폰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격 장벽을 허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싸움의 판이 프리미엄에서 보급형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아이폰SE'를 발표했다. 아이폰SE는 아이폰5 시리즈와 유사한 4인치 디자인에 A9 프로세서와 M9 보조프로세서, 4K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1200만화소 카메라, 애플페이 지원 등으로 아이폰6S급 유사한 성능을 낸다.

16GB와 64GB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는 아이폰SE의 가격은 각각 399달러(약 46만원)와 499달러(약 58만원)으로 그동안 출시됐던 아이폰 중 가장 저렴하다.

애플이 4인치대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SE'를 오는 31일 출시한다. (사진=씨넷)

■시장 포화에 저가폰으로 눈 돌리는 제조사들

애플이 다시 화면 크기를 줄인 40만원대 아이폰을 들고 나온 것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 한계에 부딪힌 프리미엄 시장 대안으로 중저가폰을 들고 신흥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시장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70%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 컴텍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65%이며, 유럽 지역은 74%에 이르렀다. 중국의 도시 지역 역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72%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장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작년 13.1%에서 올해 7.4%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71.2%에 달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올해는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장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거듭해왔던 애플도 올해는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 증가율은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매출도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 정체 속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고 성장 가능성이 많은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3% 성장률을 기록한 인도는 제조사들에게 대표적인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150달러 미만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절대적일 만큼 가격에 민감하다. 신흥 시장을 공략하려면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너리틱스에 따르면 190달러 이하 저가폰 비중은 2013년 49%에서 지난해 68%로 늘어났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판매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가격이 400달러 이상인 제품의 비중은 14% 밖에 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조사들이 더 이상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할 수 없게 됐다"며 "애플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올해 프리미엄과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저가폰 열풍, 프리미엄 고집하던 시장도 꿈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중국산 스마트폰의 인기도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스마트폰에 중국산 치고는 품질이 좋다는 뜻의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더니 이제는 '대륙의 실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능 격차가 크게 줄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구도 변화는 기존 제조사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2011년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곧 1위를 기록해왔던 삼성전자는 2014년 3분기 처음으로 샤오미에 1위를 빼앗긴 후 같은 해 4분기 애플에 2위 자리를 내주더니 지난해 4분기에는 상위 5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3위를 차지한 애플(11.3%)을 제외하고는 샤오미, 화웨이, 비보(Vivo), 오포(OPPO) 등 자국 브랜드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스마트폰 성능 격차가 줄어들면서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 한몫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프리미엄폰 중심 시장이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저가폰 열풍이 불 정도다.

SK텔레콤이 대만 폭스콘이나 중국 TCL알카텔과 손잡고 '루나'와 '쏠'을 내놓자 이동통신사들도 발을 벗고 나섰다. LG유플러스가 지난 1월 15만4천원에 출시한 화웨이 Y6는 한 달만에 2만대가 판매됐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비중이 전분기 대비 10%p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애플을 제외한 다른 제조사들은 보급형 시장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연초 출시한 2016년형 갤럭시A 시리즈는 글래스와 메탈을 조화시킨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카메라와 메모리 성능을 높였고 급속 충전과 삼성페이 같은 기능을 탑재해서 사용성을 대폭 개선했다. 2016년형 J시리즈도 디자인 뿐만 아니라 화면과 배터리 등 핵심 기능 중심으로 차별화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프리미엄 ‘G시리즈’와 ‘V시리즈’ 외에 올해 초 CES 2016에서 K시리즈 2종(K10, K7)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30만원대 X시리즈 신제품 2종(X캠, X스크린)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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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로 '일반 스마트폰(Basic Phones)'으로의 전환을 꼽았다. 점차 많은 사용자들이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신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베르타 코차 가트너 연구원은 “중국과 신흥시장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대신 보급형 스마트폰 카테고리 내에서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제조사들이 좀 더 성능이 좋아진 보급형 스마트폰이 낮은 가격으로 사용자들의 요구를 채워주고 있으며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