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알뜰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제로 요금제’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변하고 있다.
제로 요금제는 기본료 없이 50분 무료통화를 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에넥스텔레콤이 1분기 우체국 상품으로 선보이면서 두 달 만에 6만 가입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시 직후 우체국이라는 신뢰성에다 최저가 상품이란 상징성까지 보태져 ‘알뜰폰의 화룡정점’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가입자가 몰리면서 가입처리 지연과 부정 사용자의 직권 해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오히려 알뜰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우정사업본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로 요금제는 지난 2일부터 가입자 처리 지연으로 인해 가입이 중단된 상태이며, 지난 15일 에넥스텔레콤이 오픈한 ‘A 모바일 숍’을 통해서만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2일부터 1만여건의 가입자 처리가 되질 않고, 에넥스텔레콤에서 무기한 가입중지요청이 들어왔고, 현재 재개되지 않고 있은 상태”며 “에넥스텔레콤 측에서도 지난 18일 결정된 2분기 요금제에 제로 요금제를 포함시키지 않아 향후 우체국에서는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우체국에서는 가입이 중단됐지만 이미 신청한 1만여건은 에넥스텔레콤이 가입처리를 완료해야 한다”며 “또 에넥스텔레콤이 A 모바일 숍을 통해 제로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가입을 원하는 고객들의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는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 알뜰폰 판매사업자 10곳이 협의체를 구성해 분기별로 각 사가 3개씩 우체국 요금제로 출시하는데, 에넥스텔레콤의 제로 요금제는 2분기 수탁대행을 맡기지 않아 우체국에서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무리하게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요금제를 구성하면서 오히려 민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제로 요금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에넥스텔레콤이 우정사업본부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조차 납부하지 못하고 있고, 제로 요금제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이지모바일의 399 요금제도 역마진 등의 문제로 인해 판매 도중 요금인상이 발생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우체국 알뜰폰 업체 대표들과 만나 고객 불편 최소화와 이용자보호를 당부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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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에넥스텔레콤에서 아직까지 지불하지 못한 금액 중 일부는 지난 18일 입금됐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이번 주까지 협상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가입자 처리 지연 사태로 인해 향후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개통율 95% 이상을 사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현재까지 A 모바일 숍을 통해 약 4천여건이 접수됐고 이 중 1천500건 정도가 제로 요금제”라며 “A 모바일 숍을 통한 가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