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 해 12월 접수한 상고 신청을 미국 대법원이 전격 수용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1894년 이후 122년 만에 ‘디자인 특허’ 관련 상고심이 열리게 됐다.
포스페이턴츠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21일(현지 시각) 삼성의 상고 신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법원은 삼성이 신청한 상고 중 ‘디자인 특허 배상 범위’에 대해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이 1년에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는 건수는 75건 내외다. 반면 한해에 접수되는 상고신청은 1만 건에 이른다. 상고심 법정에 설 확률이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 배상 범위 놓고 열띤 공방 벌일 듯
삼성이 이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상고 신청을 받아낸 비결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디자인 특허 배상범위’에 대한 새로운 판례 확립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 해 12월 상고신청을 하면서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관련 소송을 한 것은 스푼 손잡이(1871년), 카펫(1881년), 안장(1893년), 양탄자(1894년) 등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1894년 양탄자 디자인 특허 문제를 다룬 뒤엔 단 한차례도 관련 상고심을 열지 않았단 것이다.
당시 삼성은 상고신청서에 다음과 같은 주장을 담았다.
“스푼이나 양탄자 등에선 디자인 특허는 아마도 핵심적인 기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다. 디자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놀랄만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혼합한 스마트폰은 미니 인터넷 브라우저, 디지털 카메라, 비디오 리코더, GPS 내비게이터, 뮤직 플레이어, 게임기, 워드 프로세서, 영화 재생 장치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삼성은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제품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매긴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이 문제 삼은 것이 미국 특허법 289조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 구글-페북 등 IT 기업들도 대부분 삼성 편
삼성은 바로 이 법 자체가 21세기에는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선 삼성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상당수 IT 기업들이 동의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처럼 수 천 개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이 연루된 소송에서 한 두 개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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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구글 등은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황당한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복잡한 기술과 부품에 매년 수 십 억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2년 만에 디자인 특허 소송을 다루게 된 미국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까?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상고심 결과는 두 회사 뿐 아니라 IT 산업 전체를 뒤흔들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