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앱으로 배우는 데이터 비즈니스

전문가 칼럼입력 :2016/03/17 10:32    수정: 2016/03/17 13:30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지난 달, 개인적으로는 재미난 뉴스 하나를 접했다. 피트니스앱의 대명사이자 전세계적으로 4천5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런키퍼를 개발한 ‘피트니스키퍼'가 아식스에 팔린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효용성과 개인화된 데이터의 결합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런키퍼가 독자 사업을 포기한 것은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실상, 피트니스앱들의 피인수는 최근들어 지속적으로 계속되던 현상이기도 하다. 무부스를 개발한 프로토지오(ProtoGeo)는 페이스북에, 런타스틱은 아이다스에, 엔도몬도와 마이피트니스팔는 언더아머에 인수가 된 상태이다.

이번 피인수가 런키퍼의 사업적인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모기업의 안정적인 지원 하에 새로운 시도를 좀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빅데이터가 사회 전체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각종 웨어러블과 IoT의 활용처로 피트니스가 거론되는 분위기의 정점에 있던 기업의 피인수 소식이었기 때문에 자그마한 충격이었다. 이번 인수 소식을 기회로 기업이 데이터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데이터 저장소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정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피트니스앱들이 최근 줄줄이 피인수 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견제 때문이다. 애플은 iOS에 ‘건강(Health)’ 앱과 헬스킷(Health Kit) 플랫폼을 추가했다. 구글도 이와 유사한 구글핏(Google Fit) 플랫폼을 내놨고 삼성정자는 ’S 헬스’앱과 'SAMI(Samsung Architecture Multimodal Interaction)’ 플랫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들은 서드파티앱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물론, 전용앱이 없는 디바이스에서 생성된 데이터까지 통합하여 분석을 해준다. 플랫폼 사업자라는 이점과 함께 다양한 데이터들이 함께 모이면서 개인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자의 헤게모니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기기와 결합되어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기획이 중요하다. ‘런타스틱 오르빗(Runtastic Orbit)’과 같이 이러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중화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피트니스앱들이 스포츠 브랜드 업체들과 결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겠다.

둘째, 일차원적인 분석보다는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어느 기업에서나 데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모으고 나서 분석을 통해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견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서비스를 구체화한 후에 거기에 필요한 데이터만 선별해서 모으자'는 두 의견이 팽배하게 부딪힌다. 현업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 프로젝트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화두에 대한 정답은 기업 카테고리나 데이터 성격, 그리고 서비스 목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피트니스앱들 사례처럼 목적이 명확한 일차원적인 데이터 저장으로는 특정 사용자에게만 머물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와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피트니스앱들이 저장된 1차 데이터 외에도 검색 이용 행태, SNS 활동 데이터, 날씨나 계절과 같은 데이터들과 결합되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셋째, 데이터는 결국 서비스 형태로 탄생되고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모두가 데이터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데이터 자체가 목적이 되고 BM이 될 수 있는 기업이 그리 많지가 않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다면 이는 새로운 서비스로 구현되고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최근애 유행하는 O2O와 온디맨드 서비스 트렌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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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파악된 고객의 요구를 실생활에 제공하는 서비스들이다. 이러한 서비스 중에 상당수는 헬스케어나 개인 안전, 헬스 서비스(개인 레슨, 방문 레슨 등)들과 관련되어 있다. 누구보다 이런 니즈가 강한 사용자들과 접점에 있는 피트니스앱들이 정작 이러한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은 기업 전략에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데이터를 마케팅 소스 정도로 해석하는 과거 CRM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데이터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화를 통해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다.

분명히, 데이터는 '데이터 수집’,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기록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나 일차원적인 분석으로도 훌륭한 서비스가 탄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ICT 산업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고 수준이 높아졌다. 자체 채널을 통한 고유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다양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교차 분석을 하여 새로운 서비스로 확장해야 하는 것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시점에서 데이터를 통한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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