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의 부산물

전문가 칼럼입력 :2015/10/07 08:42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풍성해지고 있다. 각자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기업들의 지원, 다양한 액셀레이터 프로그램의 등장, 사회적으로 높아진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활발한 것은 사실이다.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면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금은 지난 2008년 3조1500억원(1만5441개)에서 2013년 4조8900억원(4만244개)으로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중기 신용보증 자원 규모 역시 49조원에서 75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얻어 지난 8월 기준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425개사로 2011년 2만6148개사, 2012년 2만8193개사, 2013년 2만9135개사, 2014년 2만9910개사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의 양적인 발전에 비해 내실이 없다는 평도 만만치 않다. 최근들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여러 잡음이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피상적이나마 스타트업 생태계의 몇가지 문제점을 이야기하여 관련 업체들이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첫째, ‘멘토’가 직업이 된 비전문가들의 대거 유입이다. 투자비만 넣고 성공을 기다리던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많은 액셀레이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사무 공간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 금액 지원 등을 각각 제공하고 있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멘토링’이다. ‘멘토링’은 업계에서 풍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는 것이니 근본적으로 스타트업에게 매우 필요한 프로그램이며 필자도 일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 ‘멘토링 자문비’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대거 유입되어 ‘멘토’ 자체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렇게 유입된 전문 멘토들이 현업을 떠난지 오래되어 실제 스타트업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답을 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언을 해주는 대가로 기업의 지분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여 스타트업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문 멘토’들을 액셀레이터 프로그램에 연결해주는 에이전시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멘토링’의 본질에 대해 액셀레이터를 운영하는 기관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둘째, 단기간에 창업을 강요하는 액셀레이터 프로그램들이다. 현재 액셀레이터 프로그램은 대부분 대기업 또는 정부 지자체 등(이하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기관들은 프로그램의 목표나 실무자들의 성과 측정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인 잣대를 대고 있다.

많은 기관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들의 ‘창업’ 여부를 기본적인 KPI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들어왔으니 ‘창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것이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타이밍이라는게 있다. 사업 아이템이 중간에 바뀌거나 창업 멤버들의 신상 변화가 많은 상황에서 무작정 ‘창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상황일 수가 있다. 더구나, 멘토링을 하다보면 ‘사업’ 자체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전무한 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조직의 성과 관리라는 이유만으로 아직은 배워야할게 많은 청소년들에게 법인 설립을 강요하는 것이 ‘진정한 지원’인지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스타트업 생태계에 지원이 늘어나면서 소위 말하는 ‘돈놀이’도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일부 VC들의 도덕적인 해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에 관련한 여러가지 루머들이 떠돌았는데 얼마전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1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끌어모은 유명 금융회사와 회사 대표가 불법 영업 행위로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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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스핀인(Spin-In)’이라는 전략안에 관계사나 분사한 사내벤처들을 인수하는 사례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스핀인’의 대명사격인 시스코도 여전히 업계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는 ‘스핀인’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는 비용 낭비가 심해지고, 기업들이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스핀인’ 사례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데 대형기업이니만큼 투명하고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하겠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내실을 다지고 정리를 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지금까지 양적인 성장을 계속해 온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존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시즘 재도약할 수 있게 도와주고 여러가지 부산물들을 정리하여 새로운 기업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질적인 면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관련한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