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에반젤리스트, 오라클 퇴사의 변 "자바 구하려”

컴퓨팅입력 :2016/03/16 17:43

지난 4일 자바 에반젤리스트 레자 라반이 오라클을 퇴사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자바를 구하기 위해 퇴사한다’고 밝혔다. 현 상태의 자바라면 30주년을 축하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과 함께였다. 자바 커뮤니티의 오라클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레자 라만은 2012년 오라클에 입사해 자바 엔터프라이즈에디션(EE) 에반젤리스트로 근무했다. 그는 개인 블로그에서 퇴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카메론 퍼디의 해고를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오라클의 자바 에반젤리스트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오라클은 사이먼 리터, 짐 위버, 마크 헤클러 등을 해고했다. 9월 애플리케이션개발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던 임원급 자바 에반젤리스트 카메론 퍼디도 퇴사했다. 카메론 퍼디는 트위터를 통해 오라클의 결정으로 그만 둔 것이라며 타의적 퇴사임을 밝혔다. 오라클에서 해고된 이들은 모두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시절부터 오랜 시간 자바 진영에서 활약해온 인력이었다. 카메론 퍼디는 자바EE 스펙을 이끄는 인물이다.

자바 공식 마스코트 캐릭터 듀크(duke)

레자 라만은 “(자바 EE 에반젤리스트란) 내 직업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는 썬과 오라클의 핵심이었던 카메론 퍼디 때문이었다”며 “그는 명백히 우리 업계의 총괄자 중에서 보석었으며 세월의 시험을 견디며 (자바를) 엔터프라이즈 인프라의 가장 성공적인 부분이 되게 도왔다”고 적었다.

그는 “카메론의 퇴사로 오라클에 대한 내 회의론은 급격히 늘어났다”며 “이 회의론은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자바 표준 API에 대한 것에 그치지 않고 데스크톱, 브라우저, 클라이언트, 모바일, 임베디드, 핵심 언어 런타임까지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라클 소유물로서 자바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썬의 약속이었던 ‘개방성’과 ‘협업’의 철학이 자바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바의 개방성과 협업 기술 포트폴리오는 지난 20년간 모두를 성공하게 만들었다”며 “만약 이 포트폴리오가 강건하게 남지않으면 아마도 자바의 30주년을 20주년처럼 축하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회의론이 오라클 외부의 자바 EE 커뮤니티에 공유됐고, 커뮤니티가 그의 우려에 공감해 연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라클에 대한 입장은 혐오적 언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오라클을 회사 일벌레(corperate drones)로 가득찬 회사로 여긴다”며 “이는 사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인데, 나와 카메론은 그들과 떨여져 있었다”고 적었다.

오라클과 자바의 관계에 대해 외부의 시선은 전부터 곱지 않았다. 썬을 74억달러에 오라클이 인수했을 때부터다. 오라클이 자바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작년 더레지스터는 “오라클이 자바 에반젤리스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듯 보이는 이유를 알아차리긴 어렵지 않다”며 “인기는 있지만, 자바 기술은 성숙됐고 많은 개발자들이 다른 기술로 갈아탔다. 많은 웹 개발자들에게 딱 맞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이 기술은 자바 장려 활동이 계속되더라도 엄청난 상승세를 타진 않을 테고, 에반젤리스트 없이는 침체에서 벗어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자바 커뮤니티 쪽 분위기는 오라클의 자바 포기설이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한 의지를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자바를 쓸 만한 엔터프라이즈 기업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오라클은 자바를 설명할 때 개발언어 가운데 가장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를 보유했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난 20년 간 자바의 대흥행에 따른 결과지 미래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많은 개발자들은 자바의 새버전보다 JVM에 더 주목하며, 고나 스칼라 같은 새로운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자바를 접근하는 오라클이라면 당연히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자바에 투자규모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 자바 에반젤리스트 조직의 해체 움직임은 이 같은 사고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라클은 자바 투자 축소란 비판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세간의 우려에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인다. 썬 인수 후 자바에 대한 투자가 더 늘었고, 기술적 발전속도도 더 빠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바 생태계 관리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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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진영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웹 시장이다. 어도비 플래시와 함께 웹 경험을 저해하는 중대 요소로 자바 플러그인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크롬에서 자바 플러그인 공식지원을 중단하려 하고 있으며, MS와 모질라도 엣지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자바 플러그인 지원을 중단했다. 자바의 설자리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자바가 오라클이란 벽에 갇힌 사이 한 때 양대축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닷넷 생태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MS가 닷넷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리눅스와 OS X 등 다른 플랫폼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바의 강점 중 하나였던 크로스플랫폼 지위를 닷넷이 노리고 있다. IBM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바 생태계를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PaaS) '블루믹스'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오라클 오픈월드2015 행사와 함께 열렸던 '자바원'의 커뮤니티 기조연설자는 IBM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