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로 꼽힌 프로 9단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끝났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바둑의 묘미를 잘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바둑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수를 늘리는데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둑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수가 단기간 급증했기 때문이다.
16일 게임 업계에 따른 그동안 RPG,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에 묻혔던 바둑 게임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다.
모바일 뿐 아니라 PC로 즐길 수 있는 바둑 게임 대부분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전과 비교해 신규 이용자 수, 게임 접속 수치 등이 상승했다.
우선 LR스튜디오스의 사활 마스터는 애플 앱스토어 내 무료 게임 인기 순위 1위에 랭크됐다. 이는 지난 9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 있던 날과 비교해 약 100위 상승한 수치다.
사활마스터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시작된 이후부터 순위가 급등하다가, 대국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에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게임 인기 순위 2위, 이어 16일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활 마스터는 게임 설치한 이용자들이 문제 풀이 방식으로 바둑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종의 바둑 퀴즈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바둑 초보자들도 바둑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수가 단기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모바일 바둑 게임의 순위도 큰 폭으로 올랐다. 마스터게임즈에서 만든 최고의 ‘바둑 for Kakao’와 코스모스엔터테인먼트의 ‘바둑 for Kakao’다. 두 게임은 각각 애플 앱스토어의 뮤료 게임 순위 5위, 9위에 랭크됐다.
위에 소개된 모바일 바둑 게임 대부분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순위의 상승세를 보여줬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무료 게임 순위를 보면 은별바둑(21위), 최고의바둑(33위), 바둑의제왕(34위) 등이 순위 상승을 기록해다.
재미있는 현상은 바둑 외에 오목 게임의 순위도 올랐다는 것이다. 바둑을 어려워하는 이용자들이 대체 게임을 찾다가 오목 게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순위 급등세를 보인 오목 게임은 게임스튜디오 모노몹이 개발한 ‘오목 for Kakao’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게임 순위 최고 2위까지 올라갔다.
모바일 기기로 즐길 수 있는 바둑 게임만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PC 기반 바둑 게임도 신규 가입자 증가 등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게임 바둑은 지난 14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전과 비교해 신규 이용자 가입수가 최대 4배까지 늘어났다.
한게임 바둑의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바둑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도 있지만, 한게임 바둑 내에 있는 대국 중계방이 인기를 끌면서 시너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게임 바둑은 바둑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프로 기사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중계방을 운용해 왔다. 이세돌과 알파도의 1차 대국 중계의 경우 평균 동시접속자수와 비교해 약 15% 증가하기도 했다.
엠게임이 서비스하고 있는 바둑도 이용자 유입량이 증가했다. 엠게임 바둑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전후로 이용자 접속률은 약 30%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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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모르는 이용자들은 한게임 바둑와 엠게임 바둑 사이트 등에 있는 바둑 강좌를 통해 규칙을 배울 수 있다. 이 같은 바둑 강좌는 초보들이 바둑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바둑 게임 인구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바둑 게임이 주목을 받았다. 단기 효과일 수 있지만, 게임 바둑의 순위가 급등하고 이용자의 수는 늘어났다. 이세돌 효과다”면서 “지켜봐야할 바둑 게임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다. 바둑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이세돌 효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