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은 것도 처음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승리다."
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4국을 끝나고 참석한 기자브리핑 자리에서 환하게 웃었다. 비록 세 번을 패했지만, 무엇보다도 값진 승리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사실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을 치르기 전, 5대 0이나 4대1로 이기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3판을 이기고 있었더라면 1패가 아쉬웠을 테지만 지금은 이렇게 기쁠 수도 없다"며 "(여러분의)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대국을 통해 나름 알파고를 분석해 약점을 파악했다. 그가 결론낸 알파고의 약점은 두 가지. 이 9단은 "알파고 약점은 첫 번째로 백보다는 흑을 잡았을 때 어려워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생각하지 못한 수가 나왔을 때 일종의 오류 같은 버그 형태로 몇 수가 진행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처 능력이 갑자기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세돌 9단이 이미 세 번을 패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심지어 대국을 중단시켜야 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충격은 있었지만 대국을 중단시킬 만할 정도는 아니였다"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스트레스받았지만 이번 한 판을 이겨 그 스트레스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이번 대국에서 백으로 이겼는데, 다음 대국에는 흑으로 이기는 것이 값어치가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을)흑번으로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깜짝 제안도 했다.
하사비스 CEO는 흔쾌히 수락해 마지막 대국은 이세돌 9단이 흑돌을 잡고, 알파고가 백번으로 두게 된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초반에 우세했고, 이세돌 9단에게 버거운 상대였는데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에 알파고가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굉장히 기쁘다"라며 "한국에서 대국을 펼친 이유는 이세돌 9단과 같은 창의적인 천재와 대결을 통해 알파고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 번의 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경기를 치러준 이세돌 9단에게 감사하고 이번 패는 알파고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패이며, 돌아가서 알파고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것이다"라는 계획도 밝혔다.
알파고 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고는 계속적으로 게임을 반복하면서 학습했고,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허점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세계 최강의 기사가 알파고와 함께 대국하면서 허점을 파악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알파고 단점이 노출됐다고 생각한다"며 "굉장히 소중한 지식을 얻었고, 시스템을 수정하고 앞으로 인류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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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해설을 맡은 마이클 레이먼드 9단은 "알파고가 초반부터 흥미로운 경기를 이끌었지만, 이세돌 9단이 78번째 묘수를 뒀고 그 묘수가 적격했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말했다.
송태권 9단은 "이세돌 9단의 중앙쪽 승부수가 멋있었고, 이 9단도 대국이 진행될수록 알파고의 생각을 알아가고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며 "미세한 약점이 나왔기 때문에 5국에서는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