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액에 또 돈내라고?"...국내 OTT 요금제 왜 복잡할까?

인기 프로그램, 이중삼중 요금제 가입해야

방송/통신입력 :2016/03/04 10:47    수정: 2016/03/04 10:54

통신사들이 한국형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선보인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서비스(OTT)들이 복잡한 요금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미디어들중에는 지상파 방송사, JTBC, CJ E&M 등이 방송 다시보기(VOD) 요금제를 따로 만들어 놓고, 실시간 방송 시청에 대해서는 별도의 요금제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복잡하게 쪼개 놓은 요금정책 때문에 월정액제 한 상품만 구입해서는 매우 제한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들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요금제를 세분화 해서 나눴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통합 요금제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와 비교해보면 크게 대조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운영중인 OTT서비스 ‘옥수수'와 LG유플러스가 운영중인 ‘LTE비디오포털'은 각각 11개, 19개 씩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요금제가 많은 만큼 각 요금제 마다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매우 세분화 돼 있다.

SK브로드밴드 옥수수, LG유플러스 LTE비디오포털

두 서비스 모두 기본 요금제에선 채널 실시간 방송 보기와 TV다시보기, 무료 영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 마다 다시보기 조건은 다르다. 지상파는 방영 3주 이후부터, tvN 등 CJ E&M 계열 방송은 방영 60일 이후부터, JTBC를 포함해 종합편성채널은 방영 7일 이후 콘텐츠만 볼 수 있다. LTE비디오포털은 5천원, 옥수수는 3천원에 기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응답하라1988이나 시그널, 프로듀스101 같은 CJ E&M 인기 콘텐츠 VOD를 60일 이전에 보려면, 월 1만원의 CJ E&M 월정액을 이용해야 한다. 또 냉장고를부탁해나 히든싱어 같은 JTBC의 VOD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월 5000원의 JTBC 월정액을 이용해야한다.

요금제가 이렇게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보니, 한개의 월정액을 이용해서는 인기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원하는 대로 챙겨 보기가 사실상 어렵다. 예컨대 인기 드라마 tvN 드라마 시그널의 경우, 실시간 방송을 보려면 월 3천원~5천원 기본 요금제에 가입돼 있어야하고, VOD로 지난 방송을 보려면 월 1만원의 CJ E&M 월정액에 추가로 가입하거나, 회당 1200원 씩 결제해야 한다.

그나마 LG유플러스는 LTE비디오포털에 요금제마다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SK텔레콤 옥수수에는 요금제에 대한 설명도 찾아 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복잡한 요금제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리뷰에는 “결제를 했는데 왜 한 달도 훨씬 지난 프로그램 밖에 볼 수 없느냐”, “뭐 보려고하면 다 건당 결제하라고 하는데, 기본 요금제로는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식의 불만이 상당하다. 복잡한 요금제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앱스토어 리뷰 캡쳐

하지만 통신사 측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요금 상품을 상세히 구분해 놓은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단일 요금으로 모든 콘텐츠를 다 볼 수 있게 제공하는 방식이 단순하긴 하지만, 비싼 요금에 불필요한 콘텐츠까지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원하는 것만 보고싶어하는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요금제를 세세하게 나눴다”며 "이렇게 세부적으로 나눠 놓지 않으면 보고싶지 않은 것까지 왜 다 보게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LTE비디오포털은 외국어 월정액(3천원), 영어회화 한방에 끝내기(2천원), 중국어 뽀개기(2천원) 등 특정 주제의 콘텐츠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같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콘텐츠를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나눈 것은 소비자 선택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실제 넷플릭스나 해외 OTT 서비스들은 월 1만원 정도에 모든 콘텐츠를 구분 없이 볼 수 있게 제공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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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OTT서비스들이 넷플릭스 처럼 모든 콘텐츠를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피치못할 사정도 있다. 콘텐츠 공급에 대한 주도권을 지상파와 CJ E&M 측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콘텐츠를 단일 요금제로 묶어 제공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지상파 콘텐츠용 OTT서비스인 푹(pooq)과 CJ E&M OTT서비스인 티빙이 각각 존재하면서,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이 크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푹하고 티빙이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콘텐츠를 통신사가 주도해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면, 모든 가입자들이 통신사로 넘어갈 텐데, 지상파나 CJ E&M 모두 이같은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