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디킨스는 이 소설에서 파리와 런던 두 도시를 배경으로 최고와 최악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절절하게 녹여냈다.
여기 두 기업이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들에게 지난 3년은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 "트위터, 유명인 아닌 초보자 즐길 콘텐츠 별로 없다"
2011년 기업공개(IPO) 당시 ‘모바일 지진아’란 비아냥을 들었던 페이스북은 최근 3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들어냈다. 반면 ’페이스북 후광’을 입고 2013년 11월 IPO를 단행한 트위터는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먼저 페이스북. 지난 분기 말 현재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는 15억9천만 명이다. 이 중 90.6%인 14억4천만 명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했다.
반면 트위터는 4분기 월간 이용자 수가 3억2천만 명에 머물렀다. 전분기와 같은 수준. 하지만 메신저로만 접속하는 ‘SMS 패스트 팔로워’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200만 명이 감소했다.
두 기업은 불과 3, 4년 전만 해도 ‘경쟁 관계’로 묶였던 사이. 하지만 이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전혀 다른 기업이 됐다. 트위터는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4억명)에 조차 추월당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바로 그 부분에 트위터의 ‘아킬레스 건’이 자리잡고 있다.
트위터의 가장 큰 약점은 ‘초기 가입자’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담벼락에 올라온 글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의 분석도 흥미롭다. 리코드는 “페이스북에선 혼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코드는 또 “트위터는 특히 신규 이용자들에게 외로운 서비스다”고 평가했다.
■ 대중화 단계에서 드러난 SNS 강점과 정보 네트워크의 한계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건 두 서비스의 기본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말 그대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하지만 트위터는 다르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출범 당시부터 자신들은 ‘새로운 CNN’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엄밀히 말해 SNS라기보다는 ‘정보 네트워크’ 성격이 강했다.
마니아 층이 우선 가입하는 초기엔 이런 모델이 잘 가동됐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9년초 뉴욕 허드슨 강 여객기 추락 사고 때였다. 이후 동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나 각종 재난 때도 트위터의 이런 장점은 잘 발휘됐다.
하지만 ‘정보 네트워크’는 대중적으로 확대되는 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파워 유저가 아닐 경우엔 썰렁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리코드도 이 부분을 잘 지적했다. 리코드는 “저명 인사가 아닐 경우엔 처음 트위터에 가입하면 팔로워가 거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서 “텅빈 공간에 트윗을 날리는 건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관련된 얘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잘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도 녹록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트위터에서 팔로잉할만한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바로 이런 한계 때문에 트위터 이용자가 제대로 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리코드는 “이런 한계 때문에 불과 2년 전 10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트위터에 가입했지만 그들 대부분이 더 이상 머물러 있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트랙메이븐이란 업체가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의 상호작용 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의 한계가 한 눈에 드러난다.
트랙메이븐 분석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트위터에 비해 콘텐츠 참여율(contents engagement rates)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고스란히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졌다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다.
물론 트위터도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가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베스트 트윗’을 우선 노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 잭 도시의 '5대 비전'은 통할까
이런 고민은 트위터가 지난 해 도입한 뉴스 서비스에도 그대로 묻어 있다.
별도 큐레이션 없이 ’인스턴트 아티클’에 참여한 언론사 콘텐츠를 그대로 보도록 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에는 편집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를 위해 트위터는 뉴욕타임스 ‘워칭’ 섹션 책임자인 마커스 마브리를 영입했다.
뉴욕타임스 워칭 섹션은 자사 뿐아니라 웹 상의 흥미로운 뉴스를 큐레이션해주던 서비스다. 트위터가 마커스 마브리를 영입하면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입맛에 맞는 뉴스를 골라서 적절하게 서비스함으로써 팔로워가 별로 없는 이용자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리코드가 트위터의 약점으로 지적했던 ‘플랫폼의 장점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이탈하는 사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최고의 시기를 누리는 페이스북. 반면 최악의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트위터. 과연 ‘두 회사 이야기’는 이대로 끝날까? 아니면 트위터가 또 한번의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무래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트위터 손에 달려있을 것 같다.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비롯해 잭 도시가 ‘5대 비전’으로 제시한 것들이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 참고 자료
- 김익현, 끊김 없는 뉴스와 골라주는 뉴스, [신문과방송] 2015. 11월호
- Edwards, J., Here's the Vast Number of People Who Abandon Twitter That Dick Costolo Refuses to Talk About. Business Insider. 201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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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mer, D., Cumulative net profit or loss over months since IPO quarter. Quartz. 2016. 2. 11.
- Wagner, K., The Difference between Facebook and Twitter: Twitter is Lonely for New Users, Re/Code. 2016.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