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리눅스, 반환점 도는 정부지원 ARM서버 개발 근황

컴퓨팅입력 :2016/02/11 17:10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업체 FA리눅스가 이달말 정부 지원 ARM서버 개발 사업 수행 기간의 반환점을 돈다. 세계 컴퓨팅 인프라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내재화에 나선 국내 중소기업의 최근 성과는 어떨까.

앞서 FA리눅스는 산업용 및 특수 인프라 수요를 겨냥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과거 32비트 ARM칩 기반 서버 장비를 출시한 경험을 보유했다. 재작년 정부지원사업 참여를 통해 64비트 칩 기반 ARM서버를 내놓겠다는 뜻을 품었다.

유영창 FA리눅스 대표는 사업 첫해 과제 수행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4년말, 시범 개발한 ARM서버 상용화에 관한 구상을 제시했다. 당시 그는 업계 표준인 x86 프로세서 서버 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형 사업자들이 흉내낼 수 없는 특수 목적용 ARM서버 시스템 출시를 계획했다.

유 대표를 최근 다시 만나 ARM서버 개발 현황에 대해 물었다. 당초 구상은 지금도 유효했다. FA리눅스의 최근 과제 수행 활동은 개발 과정상 맞딱뜨린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올하반기 중에는 제품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유 대표는 비교적 구체화한 기술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목표란 선택한 64비트 ARM 칩에 맞는 서버용 메인보드 제작, 저발열 및 고효율 공기순환을 돕는 서버용 케이스 설계, ARM서버 관리SW 개발, 3가지 기술을 확보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한 FA리눅스의 지난 2년은 '열악한 국내 컴퓨팅 장비 산업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한 고군분투' 정도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한 유 대표의 설명을 옮겨 본다.

전자회로기판 이미지. 기사와 무관함.

"현시점에 서버 시스템용 하드웨어를 직접 만든다는 건 3가지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첫째로 CPU에 맞는 서버 메인보드를 제작하는 거예요. 서버 메인보드용 UEFI(바이오스)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게 쉽지 않아요. 국내에는 부팅시퀀스 프로그래밍이라도 할 줄 아는 엔지니어를 찾기도 어렵고요. 둘째는 서버 시스템용 케이스와 거기 포함된 인클로저 설계입니다. 하드웨어의 발열을 최소화하고, 공기순환과 열처리를 최적화할 서버용 인클로저와 케이스를 만드는 데 의외로 고난도 노하우가 필요하더군요. 목업(Mockup) 하나 만드는 데 800만원씩 깨지는 데, 부담이 만만찮죠. 셋째는 글로벌 서버 제조사들처럼 해당 하드웨어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SW 개발입니다. 다른 인프라 장비와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제조사가 관리도구를 직접 제공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개별 서버 하드웨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도 이런 요소를 해결하기가 어렵죠. 모두 국내 서버 업계엔 관련 자산이 없으니까요."

유 대표는 기술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실행 과정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당초 구상한 계획은 큰 틀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하반기 중에는 메인보드 바이오스 최적화, 케이스 설계, 관리SW 개발을 통해 고온 환경에도 견디는 저전력 공랭식 ARM서버 시스템을 제품화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 공급처도 선택했다. AMD다.

유 대표는 "IoT가 확산할 경우 사람이 아닌 기계가 24시간 컴퓨팅 시스템 자원을 사용해야 하기에 컴퓨팅 파워에 대한 총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인텔이 이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 할테고, 그에 맞서 서버용 64비트 ARM칩을 내놓기 위해 서버 주변장치(Peripheral) 기술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AMD를 적절한 파트너로 봤다"고 언급했다.

AMD가 유일한 64비트 서버용 ARM칩 제조사는 아니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Applied Micro), 카비움(Cavium)도 서버용 ARM 프로세서를 내놓고 있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 칩은 HPE가 상용화한 ARM 서버에 도입됐고 카비움 칩은 레노버에서 개발 중인 ARM 서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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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MD는 다른 외국 64비트 ARM칩 제조사에 비해 FA리눅스의 기술자료 요청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었다. FA리눅스가 AMD를 칩 공급처로 선택한 결정적 이유다. 칩의 세부 특성을 포함한 자료 확보 가능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꼽혔던 것이다.

하반기 제품화를 예고하긴 했지만, 기존 FA리눅스의 자체 계획상으로는 아직 64비트 ARM서버 상용화 일정이 2년쯤 남았다. 유 대표는 2014년말 먼젓번 인터뷰에서 제품 상용화 시점으로 최소 3년 뒤를 바라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 당장 돈벌이가 안 되는 R&D 투자를 몇 년씩 지속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의 관심이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자금을 출연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위한 초절전형 고집적 마이크로 서버 시스템 개발'이 FA리눅스가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의 제목이다. 사업 기간은 2014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47개월이다. 미래부 지원 예산은 과제별, 연차별로 할당된다. 지금은 '2차년도' 기간이다. 이달말 2차년도가 끝난다. 이후 각 과제가 3차년도 지원 사업에 포함될 지 여부는, 미래부의 평가에 달렸다. 평가는 오는 17일이다.

FA리눅스는 미래부 사업 가운데 'ARM 서버 하드웨어 컴포넌트 개발'이라는 세부 연구과제를 맡았다. 이 과제의 제안요청서(RFP)에 묘사되는 ARM서버 시스템은 여러 서버 기판에 탑재된 여러 개의 프로세서 코어들이 동시에 워크로드를 처리해 저전력으로 고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내용에 따르면 하드웨어는 과거 블레이드 서버처럼 인클로저의 백플레인에 수십대의 컴퓨팅 카드를 꽂는 구조다. FA리눅스는 여기서 컴퓨팅 카드와 스토리지용 하드디스크 연결 백플레인 등을 만들기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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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올해 미래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별로 기존 사업에 대한 예산의 삭감을 예상한다. FA리눅스의 64비트 ARM서버 관련 연구를 포함한 마이크로서버 개발 사업의 지속 여부도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다만 미래부가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시장 개화를 앞둔 산업계의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을 실행하려면 사업 참여 기업들의 활동을 독려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