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착한 아빠'를 위한 패밀리 SUV '패스파인더'

광활한 실내·승차감도 만족...연비는 아쉬워

카테크입력 :2016/02/05 10:31    수정: 2016/02/05 15:13

정기수 기자

"정말 크다." 닛산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패스파인더'의 첫 인상이다.

지난 2014년 1월 국내 시장에 선보인 4세대 패스파인더는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를 목표로 개발된 닛산의 베스트셀링 SUV다. 2012년 10월 첫 글로벌 출시 후 1년여 간 누적 판매량은 11만여대로 3세대의 연간 판매량을 3배 이상 웃돈다.

패스파인더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차체다. 전장은 무려 5천10㎜에 달한다. 현대차 맥스크루즈(4천915mm)나 기아차의 모하비(4천935mm)보다도 길다.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휠베이스(축거)는 2천900㎜로 3m에 육박한다.

패스파인더 주행 장면(사진=한국닛산)

큰 차체에 걸맞게 내부공간은 여유롭다 못해 광활하다. 활용도도 높다. 충분한 적재 공간과 내부 곳곳에 적용된 각종 편의사양은 가족 나들이에 최적화 됐다.

패스파인더의 시승은 서울 양화대교 북단에서 충남 한서대학교태안비행장을 왕복하는 30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닛산의 전통적인 파워 스트럿 그릴 디자인을 재해석한 널찍한 크롬 그릴이다. 여기에 헤드라이트와 큼직한 안개등이 조합돼 SUV 고유의 강인함을 강조했다. 곡선으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후면은 지붕과 이어진 형태의 리어 스포일러로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공기저항계수는 0.34cd로 동급차종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휠은 20인치 알루미늄 휠이 적용됐다. 근육질의 휠하우스와 볼륨감 있는 차체는 안정감을 더했다.

패스파인더 트렁크(사진=한국닛산)

실내는 차량 콘셉트에 어울릴 만큼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2열 시트를 앞뒤로 최대 140㎜까지 밀고 당길 수 있어 손쉽게 3열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7인승 SUV의 3열을 이용하려면 2열 시트를 눕히고 들어가야 하지만 이같은 번거로움이 없다. 다만 3열 좌석은 오랜 시간 성인남성이 앉아 가기에는 다소 불편할 듯 하다.

좌석을 접을 경우 산악자전거, 스키용품 등 부피가 큰 물품도 손쉽게 적재할 만한 공간이 생긴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도 별도의 적재 공간을 마련해 부피가 작은 물건도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게 나아간다. 차체가 크고 높은 편이지만 승차감은 왠만한 세단에 버금갈 정도다. 확 트인 시야도 만족스럽다.

패스파인더 엔진룸(사진=한국닛산)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마자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강력한 엔진의 힘이 느껴졌다. 최고출력 263마력에 최대 토크 33.2㎏·m의 3.5ℓ 6기통 VQ엔진이 지닌 힘은 큰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육중한 덩치 탓에 움직임이 굼뜰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에 그쳤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금새 시속 100km를 넘어 150km까지 가볍게 치고 올라갔다. 시속 200㎞를 넘나드는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달리며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가속성능도 만족스럽다. 닛산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집약된 무단변속기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가 탑재돼 2t이 넘는 중량에도 신속한 반응속도을 보이며 매끄러운 가속 성능을 제공했다.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패스파인더처럼 대형 SUV에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것은 동급 최초다. 고속 주행에서의 실내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탑승자끼리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문제가 없다.

패스파인더 실내(사진=한국닛산)

특히 시승 당일 오후 들어 적지 않은 양의 눈이 내리면서 노면이 미끄러워졌지만 센터콘솔 앞의 로타리 스위치를 돌려 4륜으로 전환하자 정확한 핸들링과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언덕길 초입부터 후륜구동 세단들은 바퀴가 헛돌며 제자리를 맴돌았지만 패스파인더의 눈길 주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패스파인더에는 '직관적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기상 및 도로 조건에 따라 '2륜-오토-4륜'의 3가지 모드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관련기사

다만 가솔린 대형 SUV인 점을 감안해도 연비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패스파인더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8.9km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간 이날 시승에서는 리터당 8.0㎞의 연비를 나타냈다.

동급 수입 SUV 대비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패스파인더의 국내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5천240만원. 경쟁 모델로 지목되는 포드 '익스플로러(5천600만원)'와 혼다 '파일럿(5천390만원)'보다 소폭 저렴하다. 주말에 밀린 잠을 뒤로 하고 가족과 나들이를 떠나는 '착한 아빠'들을 위한 패밀리 SUV로 적격이다.

패스파인더(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