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정기수기자)르노삼성자동차가 중형 세단 'SM6'를 내놓고 국내 세단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린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 본사와 5년간 협업 끝에 탄생시킨 SM6의 성능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워 1세대 SM5로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복안이다.
SM6는 사전계약 첫 날 1천300여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차량이 전시장에 실제로 선보이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회사 안팎으로도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르노삼성은 다음달 공식 출시 전까지 1만대 이상 계약을 목표로 잡았다. SM6의 연간 판매목표로 제시한 5만여대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르노삼성 박동훈 부사장은 "SM6는 준대형 이상의 상품성을 갖추고도 가격은 중형에 맞췄다"며 "르노삼성이 다시 한 번 중형차 시장에서 큰 소리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SM6의 경쟁 상대로는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이 꼽힌다. 르노삼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급 수입차인 토요타 캠리와 폭스바겐 파사트 등을 정조준 했다.
박 부사장은 "SM6는 경쟁차종 대비 우월한 가성비를 갖췄다"면서 "쏘나타, K5 등 국산차는 물론 캠리와 파사트 등 동급 수입차들에게 빼앗긴 소비자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M6의 시승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경기 용인 르노삼성 중앙연구소를 왕복하는 168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1.6 TCe RE 최상위 트림이었다. 나파가죽 시트를 제외한 모든 옵션이 구비됐으며 가격은 3천535만원이다. 기본 모델보다 85만원을 더 내면 구입할 수 있는 차량이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낮고 넓은 차체다. 타사의 경쟁 차종보다 높이는 낮추고 좌우 폭은 늘렸다. SM6의 전고는 1천460㎜지만 전장은 4천850㎜, 전폭은 1천870㎜로 안정적인 비율을 이뤘다. 쏘나타와 비교해 전고는 15mm 낮고 전장은 5㎜ 짧지만 전폭은 5㎜ 넓다. 한 체급 위의 그랜저(1천860㎜)와 임팔라(1천855mm)보다도 넓고 신형 K7과는 같다. 차량 높이는 신형 K7(1천470㎜), 임팔라(1천495㎜)보다 낮다.
특히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천810㎜로 자사의 상위 모델인 SM7과 같고 쏘나타나 K5보다는 5㎜가 길다.
그릴 중앙에 자리잡은 수평 모양의 태풍의 눈 로고와 알파벳 'C'자 형상의 LED 주간주행등(DRL)이 조합된 전면부는 강렬한 인상을 구현했다. 견인 고리가 안 보이는 깔끔한 뒤태도 인상적이다. SM6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등에 적용된 분리형 견인 고리가 적용됐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 세미버킷 시트가 기분 좋은 착좌감을 제공한다. 가죽 소재를 적용한 대시보드는 스티칭을 적용해 고급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더했다. 계기판은 7인치 TFT로 총 5가지로 색상이 바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태블릿 PC처럼 큼지막하게 세로 형태로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8.7인치 풀터치 스크린이다. 볼보의 플래그십 SUV XC90이나 테슬라에서나 보던 장치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에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S-링크 시스템을 통해 전화, 문자, 음악, 내비게이션 등 여러 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나만의 차로 세팅할 수 있는 운전자별 프로파일 설정이 가능한 '멀티 센스' 시스템도 탑재됐다. 컴포트, 스포츠, 에코, 뉴트럴 등 네 가지 기본 모드를 비롯해 운전자 설정이 가능한 퍼스널 모드까지 지원한다. 각각의 모드마다 액티브 댐핑 컨트롤(ADC), 스티어링 답력(무게감),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응답성은 물론 엔진 사운드와 실내 조명, S-링크 디스플레이, 시트 형태 및 마사지 기능, 공조장치까지 맞춤별로 변환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기존에는 운전자가 차량에 맞췄다면 SM6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차량 스스로가 운전자에게 맞춤별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묵직한 가솔린 엔진음과 함께 탄력있게 튀어나간다. 시승 구간은 고속도로와 와인딩 구간으로 이뤄져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 하기에는 충분했다. 고속 구간은 스포츠 모드로, 곡선 구간은 컴포트 모드를 이용했다.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들에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계기판이 붉게 물들며 시속 100km까지 순식간에 가속됐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26.5㎏·m의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이 지닌 강력한 성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차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7초다. 독일 게트락사의 7단 습식 DCT(듀얼클러치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급가속 시에도 자동변속기에 버금가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했다.
에버랜드 주변의 와인딩 구간에서는 탁월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했다. 직선 주로에서 무게감을 잃지 않았던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연속되는 고속의 회전 구간에 들어서서는 쏠리지 않고 부드럽게 차를 선회시키며 안정감 있게 차체를 유지해 준다. 중형차 최초로 적용된 19인치 초광폭 타이어의 접지력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SM6에는 고가의 조향장치인 '랙 구동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이 전 차종에 기본 적용됐다. R-EPS는 주로 고급차에 적용된다.
르노삼성이 50억원을 들여 개발한 AM링크의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AM링크는 중형차 이상 고급차에 주로 탑재되는 멀티링크와 준중형과 소형차에 장착되는 토션빔의 장점을 살린 서스펜션이다. 이날 짧은 시승으로 모든 성능을 검증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다양한 노면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며 문제 없는 승차감을 보였다.
이날 시승에서 꽤 많은 숫자의 과속방지턱을 넘고 빠른 차선 변경과 급선회 등 다소 차를 거칠게 밀어붙이며 운전했지만, 서스펜션에서 별다른 이질감은 느끼지 못했다. 흔히 토션빔은 요철을 넘을 때면 차가 튀어오르는 느낌이 들고 코너링에서 자세를 잡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날 시승에서는 이런 현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동승자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뒷좌석에 앉았지만 과속방지턱를 넘을 때도, 코너링 구간에서 회전할 때도 멀티링크가 적용된 여타 중형 세단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경비 절감을 위해 저가의 토션빔을 장착했다는 출시 전 논란은 오히려 르노삼성에게는 SM6의 주목도가 높아지며 긍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고속 주행에서 실내 정숙도 역시 만족스러웠다. 시속 170km의 고속 주행에서도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만 차선이탈 경보시스템의 경고음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백파이어(엔진에서 미처 연소되지 못한 연료가 배기구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현상)나 타이어 펑크로 오인할 법도 하다. 레그룸은 넉넉한 반면, 차제가 낮아 뒷좌석 헤드룸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177cm의 기자가 등을 세우고 앉으면 버거울 정도다.
19인치 타이어를 신은 SM6 1.6 TCe RE 의 복합연비는 12.3㎞/ℓ다. 이날 시승 후 실연비는 11.2㎞/ℓ가 나왔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미가 없는 수치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 1.6 터보 모델의 복합 연비는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으로 13.1㎞/ℓ다.
돌아오는 길에는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단 2.0 GDe 풀옵션 차량을 탔다. 두 차는 엔진을 제외하면 나머지 구성이 동일하다. 터보 모델에 비해 가속감은 덜하지만 전체적으로 고배기량에 걸맞는 여유로운 주행 감각이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SM6의 가격은 주력 볼륨모델인 가솔린 2.0 GDe는 ▲PE 2천420만원 ▲SE 2640만원 ▲LE 2천795만원 ▲RE 2천995만원이다. 가솔린 터보 1.6 TCe는 ▲SE 2천805만원 ▲LE 2천960만원 ▲RE 3천250만원이며 LPG 모델인 2.0 LPe는 ▲SE 2천325만원 ▲LE 2천480만원 ▲RE 2천670만원이다. SM6와 쌍둥이 모델인 르노 탈리스만의 유럽 가격을 환산하면 3천500만~5천만원대다. 업계 예상치보다 더 낮은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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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고 있는 SM6는 다음달 1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박동훈 부사장은 "SM6를 통해 10년 전에 고객들이 느꼈던, 중형차로 고급차를 탄다는 느낌을 다시금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