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車 부품사업 속도 낸다

전기차 사업 운영이 향후 승패 좌우할 듯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6/01/29 16:52    수정: 2016/01/29 16:53

삼성과 LG가 자동차 관련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전장부품 사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계열사인 삼성SDI가 케미칼 사업부 분할 승인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지난 25일 임시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초일류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LG는 자동차 부품 등의 신성장사업을 통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LG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의 비중이 LG 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 산업은 삼성과 LG에게 차세대 성장사업 중에도 핵심 분야다.

최근 열린 CES 2016을 계기로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를 포함한 스마트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디자인 쥬지아로가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제아', '제아' 내부에는 LG전자 VC사업본부의 전장부품들이 탑재됐다 (사진=LG전자)

■‘시장규모 2018년 3천억 달러 육박’ 놓칠 수 없는 자동차 사업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마트카 매출액은 스마트폰의 60.9%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2년 뒤인 오는 2018년에는 스마트카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스마트카 시장이 2018년에는 3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스마트폰 매출액은 3천억 달러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노 연구원의 설명이다.

삼성과 LG는 가만히 있을 수만 없다. 하루 빨리 자동차 관련 분야 사업을 육성해 업계 리더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카 분야에서 새로운 대결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중 전기차 사업이 양자간 대결의 승자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와 가속능력까지 개선되는 전기차가 잇달아 출시 예정인 가운데, 두 회사간 전기차용 배터리 품질 경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에너지플러스 2015 부스에 전시된 BMW i8, BMW i8에는 총 96개의 삼성SDI 배터리팩이 설치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차 배터리에 3조 투자하는 삼성SDI

삼성SDI는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케미칼 사업부를 떼어냈다. 이로써 전기차 배터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임시주총을 마무리한 조남성 삼성SDI 사장의 표정은 밝았고, 총회장에 참석한 주주들도 삼성SDI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케미칼 사업부 분할로 당분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분석은 있지만, 삼성SDI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셀이다. 현재 업계에서 샘플로 나온 500km급 셀보다 에너지 밀도와 주행 거리를 최대 30%까지 향상시킨 것이다.

이 배터리 셀은 이달 중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SDI는 이 배터리 셀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부품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전기차와 관련된 이렇다할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전장부품팀 신설 전 BMW와 세아트 등과 협력해 자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태블릿 PC등을 공급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초기 삼성SDI와 별도로 전기차보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전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서 삼성전자도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전장부품 제작에 전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는 미국 디트로이트 북미국제오토쇼에 참가해 고 에너지밀도 전기차 배터리 셀 프로토타입 등을 선보였다. (사진=삼성SDI)

■VC사업본부 흑자전환 LG “볼트(Bolt)에 기대건다”

LG는 최근 자동차 관련 사업에서 경사를 맞았다. LG전자 VC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첫 분기 흑자를 거뒀기 때문이다. VC사업본부의 4분기 매출은 지난 3분기 대비 약 9% 증가한 5천2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7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됐다.

VC사업본부 흑자전환에 힘을 얻은 LG는 쉐보레 볼트(Bolt) EV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321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볼트 EV 양산모델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

볼트 EV 양산모델은 이달초 열린 CES 2016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백미러 리어뷰 카메라 등의 편의사양과 3천만원대 판매 가격을 갖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볼트 EV 모델에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LG전자는 “볼트 EV 출시를 계기로 자사 입장에서 전기차 부품 사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ES 2016 현장에서 쉐보레 볼트(Bolt) EV 양산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메리 바라 GM CEO(사진=지디넷코리아)

문제는 LG화학이다. 최근 발표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으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운영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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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종현 LG화학 자동차전지 사업부장 부사장은 큰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5년 실적발표회에서 “중국 정부가 오는 2017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올해 대비 20% 정도의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며 “향후 중국 정부가 전기차의 판매 대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기차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