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5년來 영업익 최저...'신차'로 활로 찾는다

고급차·SUV·친환경차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

디지털경제입력 :2016/01/27 14:21    수정: 2016/01/27 14:58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고도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주요 차종의 판매 호조로 전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도 신흥국 통화 약세와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기아차는 26~27일 양일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5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801만2천995대의 차량을 판매, 매출 141조4천8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36조3천533억원) 대비 3.8%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다. 외형은 성장한 반면 실제 남은 몫은 크게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8조7천122억원으로 전년(10조1처1천225억원)보다 13.9% 감소했다. 2010년(8조4천85억원)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한층 심화됐고 해외 공장이 위치한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 등으로 인해 수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신흥국 통화 약세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 지난 한 해 더 많은 차량을 팔고도 신흥국 이종통화 가치 폭락의 거센 파고를 넘지 못했다.

특히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대의 감소 폭을 보였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6조3천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감소했다. 2010년(5조9천185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7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6.9%로 2013년 9.5%, 2014년 8.5%에 이어 3년 연속 후진했다.

이종통화 약세에 따른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여건이 불리해지면서 전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한 일회성 요인 등도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로 해외공장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매출원가율이 1.5%p 상승한 80.1%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비용도 경상연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2.8% 증가한 11조8천995억원으로 나타났다. 고정비도 전년보다 3조원 증가했다.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진 것도 이익을 부진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도 2조3천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줄어들며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8%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7.5%를 정점으로 2013년(6.7%), 2014년(5.5%)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아차 역시 신흥국 통화 리스크에 경쟁 심화로 인한 판촉비 증가 및 기말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 보증비 증가 등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하반기 신차 출시와 고수익 차종 판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및 저유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급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공급을 확대하고 부품 공용화를 통한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아반떼 및 EQ900(해외명 G90), 아이오닉 등 신차를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한다. 또 중국에서는 엘란트라, 베르나 등 현지 수요가 많은 차를 출시해 중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보유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신형 K7과 상반기 출시 예정인 친환경 전용차 니로 등 신차들이 각 지역별로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건설 중인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상반기 중으로 가동될 예정인 것도 호재다. 기아차는 이를 통해 북미는 물론 중남미 시장까지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수익성 악화에도 배당금을 늘리며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천원의 현금 배당 계획을 밝혔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2015년 연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중간배당 1천원을 실시했고 기말배당은 작년과 같은 3천원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천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더하면 지난해 회계년도 기준 배당액은 총 4천원이 된다. 시가배당률은 2.8%이고 배당금 총액은 1조796억원이다. 현대차의 배당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11.1%였던 배당성향은 16.8%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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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배당성향을 글로벌 경쟁업체 평균 수준인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전년보다 10% 늘어난 1천100원의 배당액을 책정했다. 전체 배당액은 4천410억2천500만원이다. 시가배당율로 2.0%, 배당성향은 17%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