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수익성은 크게 뒤쳐졌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실제 벌어들인 이익은 줄어들어 정작 실속은 없었던 셈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가 발목을 잡았다. 영업이익이 3년 연속 후진하면서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국시장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연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 91조9천587억원(자동차 72조6천797억원, 금융 및 기타 19조2천790억원), 영업이익 6조3천5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3.0% 증가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2010년(5조9천185억원) 이후 최저치다.
영업이익률은 1.6%p 하락한 6.9%로 집계됐다. 2013년 9.5%에서 3년 연속 후진해 6%대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당기순이익도 14.9% 줄었다. 같은 기간 판매대수는 전 세계 시장에서 496만3천23대를 팔아 전년(496만1천877대) 대비 소폭 늘었다.
이종통화 약세에 따른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여건이 불리해지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로 해외공장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매출원가율이 1.5%p 상승한 80.1%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비용도 경상연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2.8% 증가한 11조8천995억원으로 나타났다. 고정비도 전년보다 3조원 증가했다.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진 것도 이익을 부진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 광고 및 EQ900, 아반떼 제품 론칭으로 판촉비 증가와 엔진소음 관련 리콜로 인한 금융비용(300~400억원)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한층 심화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 생산공장이 소재한 신흥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작년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및 저유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에서 69만3천대, 해외에서 431만7천대 등 총 501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내수는 지난해 실적(71만2천313대)보다 오히려 2.7% 줄어든 규모고, 해외 판매목표도 지난해(425만710대)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보수적인 목표를 설정한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아반떼 및 EQ900(해외명 G90), 아이오닉 등 신차를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하는 한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급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급을 확대해 적극적으로 시장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급차 및 SUV는 물론 친환경차의 판매를 확대하고 부품 공용화로 원가 절감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고전한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회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시장은 현대차 전체 판매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03만7천대를 판매, 7.0% 감소했다. 주요 해외시장 중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면서 일부 업체는 가동률 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가격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구매세 인하 효과가 있는 1.6 이하 저배기량 차종의 판매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수요가 많은 C세그먼트급에서 엘란트라, 베르나 등 신차를 출시해 판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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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또 "투싼과 같은 주요 SUV 모델 생산을 늘려 SUV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신흥국 통화 약세에 대한 대책도 세웠다. 이 사장은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자재를 비롯해 올해에도 저유가로 자금통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기본적으로 해외공장에서 현지 조달품 비율을 늘리는 것을 기본으로 현지에서 수출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