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애플은 대단했다. 지난 해 '도저히 깨기 힘들 실적'을 기록했던 애플이 이번 분기에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1년 전 기록했던 아이폰 판매 신기록을 또 다시 경신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드러냈다. 더 이상 성장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슬픈 확인. 국내 매체들은 대부분 '뒷부분'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미국 현지 매체들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을까? 국내 독자들의 예상과 달리 미국 매체들 역시 애플의 대단한 실적보다 '암울한 전망'에 더 주목했다.
26일(현지 시각) 애플의 201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쏟아진 외신 보도를 정리해봤다. 참고로 애플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시작된다. 따라서 지난 해 12월 마감된 분기는 애플 기준으론 2016 회계연도 1분기다. ■ 어쨌든 사상 최대 실적
애플이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제국의 몰락’을 노래하는 기사들이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지난 해 12월 마감된 애플의 201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깝다.
아이폰 판매량은 1년 만에 또 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순익 180억 달러 역시 단일 기업이 기록한 분기 실적으론 최고치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애플이 지난 분기에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부분을 제목으로 뽑았다.
- [더버지] Apple reports a quarterly profit of &18.4 billion, the largest in history
■ 시선 집중된 아이폰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지는 아이폰이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점을 들어 애플의 장기 성장 전망에 의문부호가 가해지고 있다는 전망도 함께 덧붙였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스트리밍 TV 서비스나 스마트 자동차 쪽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보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CNN머니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기록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게 대체적인 골자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역시 애플 아이폰의 성장 시대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기사를 출고했다.
또 다른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도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 [CNN머니] Apple posts record profit but iPhone growth is slowing
-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Apple’s era of iPhone growth comes to an end
- [월스트리트저널] Apple iPhone Sales Grow at Slowest Rate Ever
- [리코드] Apple Posts Slowest iPhone Growth since Smartphone’s Introduction
■ 씨넷의 까칠한 제목 "벽에 부닥친 아이폰 성장"
진짜 까칠한 건 씨넷이다. 전날 '애플은 아이폰 피로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란 까칠한 기사를 출고했던 씨넷은 오늘은 '아이폰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최신 제품들이 더 이상 "만사제쳐놓고" 업그레이드할 정도로 매력적이진 않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 [씨넷] Apple's iPhone growth hits a wall
■ 애플의 희망 "아직 절반 가량이 최신폰 업그레이드 안했다"
하지마 애플 생각은 조금 다르다. 팀 쿡 CE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아이폰 이용자 절반 이상이 6나 6S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움직일 경우엔 아이폰 판매량이 또 다시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더버지가 이런 부분을 짚어줬다.
- [더버지] More than half of iPhone users haven’t upgraded to a 6 or 6S yet
■ ‘아이폰 이후’ 책임질 제품은 어디에
한 때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됐던 아이패드는 몇 년 째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애플이 그같은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야심적으로 내놓은 것이 아이패드 프로였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도 아직까진 큰 역할을 하진 못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분기 1천612만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나 줄었다.
이 같은 실적은 애플의 야심작인 아이패드 프로가 기업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점. 미국 지디넷이 이런 점을 잘 지적했다. 아이패드 프로가 1분기 판매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 [지디넷] Apple’s iPad Pro didn’t move Q1 sales needle: Enterprises will take time
■ 다음 분기 마이너스 성장
외신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다음 분기 애플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많은 매체들은 이번 분기 실적보다는 애플의 다음 분기 전망에 주목했다.
그런 점에선 비즈니스인사이더도 마찬가지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애플이 세계 경기 불황을 이유로 실망스런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부분을 제목으로 뽑았다.
특히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기사 리드 부분에 “애플의 이번 실적에서 알아야 할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아이폰 사업이 마침내 정점에 달한 것 같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아스테크니카 역시 애플의 암울한 2분기 전망이 ’화려한 1분기 실적’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분석했다.
- [블룸버그] Apple Forecasts First Sales Drop Since 2003 on iPhone Slowdown
- [비즈니스인사이더] Apple Delivers Disappointing Outlook, Blames Global Economy
- [아스테크니카] Apple’s Q2 revenue forecast overshadows a record-breaking Q1 of 2016
■ 차트 한 장으로 정리한 애플 실적
쿼츠는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전문 사이트 중 하나다. 애틀랜틱 미디어가 운영하는 쿼츠는 정갈한 기사와 깔끔한 그래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애플의 1분기 실적 보도에서도 쿼츠의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났다. 쿼츠는 장기 중 하나인 그래프를 잘 활용해 애플이 이번 분기에 어떤 실적을 기록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 [쿼츠] Apple’s first-quarter earnnings in charts
■ 기기 1억대 돌파
이날 애플 실적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전 세계에서 실행되고 있는 애플 기기가 10억 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부분이다. 최근 90일 사이에 애플 서비스에 접속한 숫자를 기준으로 산정한 기록이다.
팀 쿡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1년 전에 비해 25% 늘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루머스가 이 부분을 중요한 기사로 다뤘다.
- [맥루머스] Apple Now Has Over 1 Billion Active Devices Worldwide
■ 기타 제품 실적은 어땠을까
애플 실적에서 최대 관심사는 역시 아이폰이다.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미래를 보기 위해선 ‘기타 제품’ 실적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테크크런치가 이 부분을 다뤘다. 애플의 1분기 기타 제품 매출은 43억5천만 달러. 지난 해에 비해 무려 62% 증가했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긴 하지만 성장률만 놓고 보면 대단한 수준이다.
물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도 있다. 애플 워치는 지난 해 초반 출시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없던 제품이 추가된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단 얘기다. 테크크런치가 제목에 ‘아마도(probably)’란 유보적인 단어를 붙인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테크크런치] Apple TV and Apple Watch (Probably) Had A Big Quarter
하지만 또 다른 IT 매체인 더버지는 조금 까칠하게 접근했다. ‘기타 제품’ 매출을 보면 애플의 미래가 블랙홀에 빠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애플은 기타 제품 실적은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더버지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아이폰 판매 실적에만 놀라지 말라. 애플이 공유하지 않은 숫자도 있다”는 제목부터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다.
- [더버지] Forget iPhone sales, Apple isn’t sharing its most interesting sales numbers
■ 가상현실은 새로운 희망
이날 팀 쿡 CEO는 ‘가상현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쿡은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가상현실은 틈새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벤처비트,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팀 쿡의 ‘가상현실 발언’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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