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체어맨, 사골 모델들의 이유있는 변신

부분변경·스페셜 트림 등 선봬...시장 반응 주목

카테크입력 :2016/01/22 10:33

정기수 기자

차량이 출시된 후 상당 기간 동안 모델 체인지를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경우를 가리켜 흔히 '사골을 우려낸다'고 빗댄다.

통상 2~3년 내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이뤄지고 5~7년을 주기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나오지만, 최근에는 급격한 트렌드 변화에 따라 운전자들의 차량 교체 시기가 짧아지면서 신차 출시 주기도 앞당겨지는 경우가 많다.

사골이라는 비유 속에는 신형 모델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냉소가 깔려 있지만, 디자인과 성능 등을 검증받은 일부 사골 모델 중에는 시장의 잠재 수요가 만만치 않은 경우도 있다. 신차 출시를 기다리는 충성 고객들의 애증이 담겨 있는 셈이다.

신형 모하비 전측면 외관 디자인(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는 국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시장에서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 온 모델이다. 다음달 중순 지난 2008년 출시 이후 8년 만에 첫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다.

모하비는 출시 당시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기가 다시 불붙는 특이한 이력의 차량이다. 출시된 2008년 8천899대가 판매된 뒤 판매량이 감소세에 접어들며 2010년 5천651대로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레저 열풍이 불어닥친 2011년 7천656대가 판매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2013년에는 9천12대가 팔려 첫 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2014년에는 무려 1만581대가 팔려나가며 첫 1만대 판매고를 돌파하기도 했다. 출시 당시보다 6년이 지난 시점에 더 많이 판매된 '판매량 역주행'의 대표 모델인 셈이다.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엔진 개발을 위해 작년 9월부터 한시적인 단종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월평균 1천여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모하비의 판매량은 8천673대다. 후륜 구동에 프레임 바디를 채택한 튼튼한 차체와 직선의 강인함을 강조한 남성적인 디자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모하비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개발 과정을 직접 챙겼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 즐겨 타는 차량으로 알려져 일명 '정의선의 차'로 불린다. 오너가 3세가 타는 차량이지만 가격은 3천만~4천만원대로 높은 가성비 역시 지속적으로 흥행해 온 요인 중 하나다.

다만 8년간 그 흔한 페이스리프트 한 번 이뤄지지 않아 모델 노후화에 따른 편의사양 개선 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형 모하비는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는 3천㏄급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앞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 일부 디자인도 변경됐다. 또 내장재를 개선하고 고급 편의·안전사양을 추가하는 등 상품성 개선도 이뤄졌다.

신형 모하비의 전면부는 크롬을 추가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스키드플레이트가 눈에 띈다. LED방식의 주간주행등과 안개등 주변에 메쉬(그물형) 패턴의 가니쉬도 적용했다. 측면부에도 사이드미러와 휠 부분에 크롬을 추가했다. 후면부에는 신규 범퍼와 와이드한 스키드플레이트, 면발광 타입의 LED 리어 램프를 적용했다. 과감한 크롬 사용 확대와 스키드플레이트 적용으로 강인한 고성능 오프로드 차량의 느낌을 살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워트레인은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V6 S2 3.0 디젤 엔진이 새롭게 탑재됐고, 특히 요소수를 활용한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방식의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장착돼 질소산화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더 뉴 모하비'는 V6 3.0 디젤 엔진에 프레임 바디를 적용한 정통 SUV이자 플래그십 SUV"라며, "다음달 출시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급 SUV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길 만한 점은 첨단 편의·안전사양들의 탑재다. 신형 모하비에는 ▲주차시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영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스마트폰 연동을 통한 원격 시동 및 공조 제어 등이 가능한 '유보(UVO) 2.0'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됐다. 아울러 ▲차선 변경시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하는 '후측방 경보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등 안전사양도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모하비의 디자인 변화는 기존 모델의 정체성을 계승하면서 오프로드의 역동성을 강조하는 수준으로 8년 만의 부분변경인 점을 감안하면 변화 폭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유로6 적용과 SCR 탑재, 낙후된 편의사양 등에 불만을 가졌던 소비자들에게는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체어맨 W(사진=쌍용차)

쌍용자동차 역시 올 상반기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W의 스페셜 에디션 '카이저(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상반기 중 체어맨W의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정확한 출시 시기와 상품 구성 등에 대해서는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카이저는 기존 체어맨W 모델에 고급 사양을 추가된 모델이 될 전망이다. 다만 내외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카이저 출시를 위해 지난해 9월 상표권 등록을 이미 마쳤다.

체어맨은 독일 벤츠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지난 1997년 출시된 후 2000년대 후반에는 월평균 1천대가 팔리며 현대자동차 에쿠스와 함께 대표적인 '회장님 차'로 전성기를 누렸다. 2008년 풀체인지 모델인 체어맨W를 선보이면서 2010년 8천253대에 달했던 판매량은 모델 노후화와 함께 매년 판매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체어맨W의 지난해 판매량은 1천290대다. 전년 대비 18.4% 줄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 후반의 한 달 판매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으로 체어맨을 선택했을 만큼 성능·품질은 검증된 부분"이라며 "모델 노후화에 부진의 요인이 있었던 만큼, 새 트림이 추가될 경우 고급차 시장에서 흥행 요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캡티바(사진=한국GM)

한국GM도 이르면 내달 말 중형 SUV 캡티바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는다. 캡티바는 지난 2006년 GM대우의 윈스톰으로 출시된 이후 2011년 쉐보레 브랜드로 재출시됐다. 일부 사양만 변경됐을 뿐 모델 체인지는 없었다. 유로6 기준을 적용한 디젤 엔진이 얹어진다. 기존 2.0ℓ 디젤 엔진이나 다운사이징을 통해 1.6ℓ 터보 디젤로 교체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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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전면부 하단 그릴이 커지고 그릴 주변과 범퍼에 크롬 장식을 확대하는 등 일부 디자인 변경도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과 연계해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도 탑재된다.

르노삼성도 올 하반기 중형 SUV QM5의 풀체인지 모델을 국내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2007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8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