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화훼 시장은 모바일퍼스트(Mobile First), 혹은 모바일온리(Mobile Only) 흐름과는 거리가 있었다. 모바일웹이나 앱도 웹을 그대로 옮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꽃을 사기 위해 포탈에서 ‘꽃배달’이라고 검색하면 비슷비슷한 중개업체들이 뜰 뿐이다.
정우진 코스믹라떼 대표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PC가 주도하는 국내 화훼 시장에 모바일 바람을 불어넣고 싶어 했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화훼 시장도 모바일 기반 혁신이 먹혀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홍대 미대 출신인 정지우 부대표와 의기투합해 O2O 꽃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무엇이 모바일에 꽂배달의 미래가 있다는 확신으로 이끌었을까?
우선 꽃배달 유통 구조를 살펴보자. 이 동네는 꽃배달 콜 센터 업체가 지역별 중개업체에 연락하고, 지역 꽃집(화원)이 주문을 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화원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주문가에 30% 정도. 소비자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꽃 사진을 보고 주문을 하지만, 만족도는 떨어진다. 화원에서 직접 올린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장미 백송이, 안개꽃 등 획일적인 제품들이 아닌, 여러 지역에 고루 퍼져있는 고급 플로리스트 제품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고 싶었다. 그는 직접 발로 뛰며 우선 화원 5곳과 제휴를 맺었다. 이를 기반으로 ‘비밀의화원’ 이라는 앱을 출시하고 협력 화원이 제공하는 제품을 앱 안에 담아 주문을 받았다. 약 4개월 간 베타 서비스를 하면서 당일 배송망을 구축하고, 앱 내 간편결제, 해외에서도 쉽게 결제할 수 있게 페이팔(Paypal)도 탑재했다. 이를 기반으로 정식 앱을 출시한 것이 지난해 9월의 일이다.
현재 비밀의 화원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꽃집은 20개다. 조셉플라워(Joseph Flower), 캔들리소피(Candly Sophie), 로라스플라워(Laura's Flower), 엘라의 프리저브드플라워(Ella's Preserved Flower), 에이든플로랄아틀리에(Aiden Floral Atelier), 리브인리프(Live in Leaf) 등이 현재 앱 내 입점해 있다. 코스믹라떼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인 플라워 전문 화원들과 제휴해 여러 화원의 제품을 한 눈에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제휴 화원들을 위해 앱도 따로 개발했다. 플로리스트들이 배달이나 결제에 신경 쓰지 않고 꽃 작업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한 배려다.
20곳이나 되는 화원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화원마다 당일 배송이 가능한 곳은 따로 있고, 배송 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도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정 대표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평균연령 23세인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후배들이다. 정 부대표 말고도 세 명의 후배들이자 직원인 이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개발에 능한 직원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환경의 화원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간 관리를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좋게 평가받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도 받았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으로 인증 받고, 투자유치나 조세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정 대표의 목표는 비밀의화원 앱 2.0 버전을 출시하는 것이다. 가격이나 색상, 용도에 맞는 추천과 큐레이션 서비스를 추가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추후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자동 추천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정 대표는 “최종 목표는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배송 차량 리스 비용이나 배송 기사 고용비 등)이 들겠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배송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며 “자체배송 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이나 제품 자체에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꽃은 계절에 민감한데, 자체 배송차량에 냉장 기능을 탑재해 배달 중에도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꽃은 전달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아무리 화원에서 완벽한 상태로 꽃을 보내도, 배송에서 잘못되면 끝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화원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배송이다. 고객 불만의 80%는 배송 관련된 것인 만큼, 자체배송을 하면 고객불만 수도 훨씬 줄어들 것이란게 정 대표 생각이다.
그는 "민감하고 연약한 꽃을 배송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뭐든지 다 배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빼빼로데이나 크리스마스에 시범적으로 직접 배송을 해봤는데 확실이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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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배송은 만만치 않은 투자를 요구한다. 이에 정 대표는 추가 투자도 받을 계획이다. 주문량이 많아져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왔다고 생각되면,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시리즈 A 투자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정 대표는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은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는데, 사업을 진행 중인 창업자들이 투자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적은 것이 국내 스타트업계의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8월에 비해 현재 약 400% 정도 성장했는데, 올해 5월까지는 지금보다 1천% 성장한다는 야심만만한 숫자를 내세웠다. 그는 "여기선 우리가 1등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꽃 소매 시장을 혁신하고, 플로리스트들이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우며, 무엇보다 그 작품이 앱 이용자들에게 가장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