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새해 재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기와 생존이다. 때로는 동물적 직감으로, 때로는 냉철한 판단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순발력 있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기존 핵심 사업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새 먹잇감을 찾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경영이나 독점 경영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재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는 그런 점에서 한국 제일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올 한해도 대내외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점쳐지면서 삼성과 현대차 수뇌부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신년초 행보는 '현장경영'과 '글로벌경영'으로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6 행사에 가지 않는다. 3년째 불참이다. 대신 이 부회장은 4일과 5일 이틀 동안 그룹 계열사를 돌며 사업 목표와 업무보고를 듣고 임직원들을 격려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부회장은 4일 오전과 오후엔 각각 경기 용인-기흥 사업장과 수원 디지털시티에 소재한 전자계열사를 둘러봤다. 5일엔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비전자계열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오는 18일엔 올해 승진한 신임 임원 197명을 초청해 신라호텔에서 축하 만찬회를 열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면서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로서 안 살림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오전에 열린 행사에는 일부 임원진들이 참석해 올해 경영 보고와 목표를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특별한 경영 메시지 하달보다는 현장에서 느끼는 솔직한 분위기와 직원들의 새로운 각오가 이 부회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은 CES 2016 전시회 참석이 유력시 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4년 만에 CES 전시장을 찾아 토요타, 포드 등 주요 경쟁업체들의 스마트카 관련 개발 현황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달 6~9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CES와 11~24일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각각 전시관을 마련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9년부터 홀수년에는 현대차가, 짝수년에는 기아차가 번갈아가며 참여하고 있다. 기아차가 참여하는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5일 미디어 간담회까지 마련했다.
기아차는 올해 '자율주행'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6대)와 미래형 자율주행 운전석(1대), 유보(UVO)3 키오스크(2대) 등의 관련 첨단 장비들을 선보인다.
또 쏘울 EV 자율주행차(프로젝트명 PS), 준중형 스포츠백 콘셉트카 노보(코드명 KND-9) 등도 전시한다. 아울러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투자 방안들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국내 부품사 중 처음으로 CES에 참가한다.
지난해 CES를 둘러본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앞서 이번 CES를 참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설명회 주관 등 현장에 나설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발표회장에 직접 나서지 않고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최근 삼성전자와 BMW가 스마트카 개발 협력관계를 발표한 사례처럼 협력을 모색할 IT업체들을 눈여겨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전시장 지휘는 황승호 현대기아차 차량IT개발센터장(부사장)이 맡는다.
CES에 이어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새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데뷔를 정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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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터쇼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전용 전시관까지 특별히 마련했으며, 정 부회장은 직접 'EQ900(해외명 G90)'을 공개하고 브랜드 로드맵에 대한 발표도 직접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G90 2대와 함께 양산차콘셉트카 등 총 16대를 전시한다. 기아차 역시 완성차와 콘셉트카 등 총 23대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