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랩 주가가 급등했다.
21일~22일 안랩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23일까지 원인에 대한 조회공시까지 요구했다. 지난주 18일 대비 21일 주가는 24% 오른 6만1천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22일 역시 전일 대비 30% 오른 7만9천300원을 기록하면서 연이은 이틀 간 주가 상승폭이 높았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23일부터 단기과열완화장치를 발동할 것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3거래일간 30분 단위로 단일가매매 방식이 적용된다.
주가 급등은 최대 주주인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는 점이 유력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들 커뮤니티는 2012년 안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안철수 테마주를 선정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투자'가 또 다시 안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지금도 안랩 지분 18.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안랩하면 안철수를 떠올리는 인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회사 지분을 팔기도 애매하다. 회사 경영상황의 급격한 변동과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안랩은 22일 "기업의 가치 이외의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주의달라"고 당부했다. "회사의 본질가치와 성장성을 평가해 투자하는 것 외에 다른 기준으로 투자할 경우 신중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이틀 간 주가 급등에 대한 원인을 두고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새로운 당을 만들 것이라는 내용과 연관짓는 의견들이 많다. 현재 안 의원이 안랩 최대주주라는 점이 투자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의 정치활동과 안랩을 연관시켜 투자를 결정하려는 투자자들은 2012년에도 있었다. 당시 안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화 하기 전 SBS힐링캠프에 출연하는 등 대외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안랩 주가가 하루 평균 1만원 꼴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11년 10월 이후에는 1주 가격이 16만원까지 급등하기도했다.
기업 입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기업 자체가 가진 경쟁력을 평가하지 않고, 외부적인 요인에만 의존하는 투자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 의원의 정치활동으로 인해 주가가 요동치는 것은 오히려 안랩이 정작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거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외부적인 요인 탓에 불안정성이 커져서 제 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12년 안랩은 주가 급등 후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당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 역시 "리포트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평가 현상을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2011년 7월 2만원 수준이었던 안랩주가 안 의원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인 이후 1년만에 약 10만원이 올랐다.
안 의원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안랩과 함께 안철수 테마주로 꼽혔던 종목들은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기본원칙과는 전혀 별개의 투자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주식정보를 교환하는 각종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안 의원과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거나 고교 동창이 설립한 회사라는 등의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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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안 의원이 모든 지분을 팔거나 백지신탁하는 것도 안랩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해당 지분을 모두 팔면 갑작스런 주주구성 변동으로 인해 기업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안 의원과 거리두기를 위해 2012년 안철수 연구소는 안랩으로 사명까지 바꿨으나 여전히 안 의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보인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후광효과에 기대기보다는 기업의 성장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