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권리 법제화 첫 토론…“본인 글 삭제권 개인에게 줘야”

“잊혀질권리 넘어 디지털 소멸 고민해야”

인터넷입력 :2015/12/17 13:19    수정: 2015/12/18 15:02

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한해 스스로 삭제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의 ‘잊혀질권리’ 논의가 국회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더 많은 정보들이 축적되면서 사생활 침해도 심각하지만, 데이터 공해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므로 이제는 데이터의 ‘삭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논의들이 활발히 오갔다.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전병헌, 홍문종 의원이 주최하고 강원도와 한림대학교가 주관한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한림대 연승호 교수는 인터넷에 남는 정보가 언젠가는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잊혀질권리의 대상, 방법, 주체, 시기 등에 대한 정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의에 생성된 자료의 경우 삭제 권한을 개인에게 주고, 타인에 의해 생성되는 자료 중에서는 왜곡된 언론 정보와 같이 선별적으로 삭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료 중 치매나 사망으로 잊혀지기를 미리 선언한 자료에 한해서도 삭제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연승호 교수는 “누가, 언제, 어떻게 정보를 소멸케할 것인지 조사 및 분석해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차세대 먹거리인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국내외 개인정보 관리 체계의 질적 향상과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에이징시스템’ 특허권자인 송명빈 박사는 늘어나는 데이터에 따른 전력 소모와, 이를 통한 사회 환경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네이버나 다음 포털사들이 회원수나 데이터 양을 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데이터 삭제에 인색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보다 큰 차원에서의 협력과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에이징시스템은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에 인간과 같은 수명을 부여함으로써 자동으로 완전히 소멸되도록 하는 원천 특허기술이다.

송 박사는 “앞으로 데이터를 포털사들이 갖고 있다면 그냥 전기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많이 야기 시킬 것”이라면서 “이제 데이터를 지우는 것을 사생활 관점, 잊혀질권리 관점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왼쪽), 최문순 강원도지사.

또 그는 “데이터의 고용량화와 반도체 비용 하락의 한계로 앞으로는 지우는 것이 미덕인 사회가 올 것으로 본다”며 “디지털에이징 시스템 도입으로 사용자들에게 자기 정보에 한해 통제권을 부여하고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디지털 소멸 국제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잊혀질권리를 조례로 제정한 강원도는 토론회에서 내년 1월부터 강원도 홈페이지에 디지털소멸 솔루션을 처음 선보인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정보의 생성뿐 아니라 소멸의 사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강원도가 적극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원도 정보산업과 이상호 ICT 기획담당자는 원론적인 잊혀질권리를 확보함으로써 디지털 정보에 대한 주권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법제화와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데이터 센터가 소모하는 엄청난 전력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디지털 소멸의 사업화 를 통해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원도는 내년 1월1일부터 강원도 홈페이지에 사용자들이 게시물을 올릴 때 소멸시한을 결정하는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며, 점진적으로 강원도 내 18개 시군 홈페이지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토론자로 나선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는 잊혀질권리의 행사자를 일반인으로 하되, 협상력을 지닌 법인에게까지 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잊혀질권리 법제화가 사업자에게 비용 발생 등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제3자가 올린 게시물의 경우는 표현의 자유를 헤칠 수 있으니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첨언했다.

송명빈 DAS 특허권자.

이어 KT 이승환 차장은 잊혀질권리가 소비자들에게 마스크나 손세정제처럼 최소한의 자기 방어제, 자기 구체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잊혀질권리 법제화 이후 디지털 소멸 솔루션에 대규모 자본이 들어감으로써 이것이 영세한 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진입 장벽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 강원발전연구원 박봉원 박사는 잊혀지권리가 인간을 이롭게 하느냐의 측면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코바코 장우성 박사는 타깃마케팅 광고가 활발한 가운데 잊혀질권리가 법제화 될 경우 광고 측면에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는 세계 최초로 잊혀질권리를 조례로 만들어 예산까지 마련했다”며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다 보니 기정사실화 되는 문제가 있는데 네이버, 다음, 구글, 관공서 등에도 디지털소멸 기술이 도입되고 또 잊혀질권리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나 다음은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좋으니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데이터 축적에 따른 비용 증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큰 만큼 디지털 삭제 권한을 개인에게 줬을 때 기업들이 손해를 입지 않는 방안을 입체적으로 논의하고 체계화 한 뒤 이를 기업들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첨단화된 디지털 문명이 인간에게 많은 효율성, 효용성,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생활과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세계적으로 찬반이 엇갈리지만 개인 권리 존중 측면에서 법과 시스템적으로 잊혀질권리가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상임위에서 빠르게 입법 완료하자고 제안하고 소위원회 구성 제안도 했지만 양당 간사가 이에 충분한 논의를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미방위가 법제화 절차가 추진되도록 지원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