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가 보유 지분 99%를 기부한다는 소식이 얼마전 세상을 깜짝 놀래켰다. 덩달아 미국 IT부자들의 거액 기부가 주목을 받았다. 원조 기부왕인 빌 게이츠 마이크르소프트(MS) 창업자도 회자됐다. 게이츠는 이미 그 나이 45세 때 재산 95%를 생전에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수조원을 기부했다는 것 말고도 게이츠와 저커버그 사이엔 공통 점이 있다. 바로 보건의료, 빈곤퇴치, 교육기회 확대 등 인류에게 닥친 사회문제를 해결해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 다 남다른 '생각의 크기'를 가졌다. 수 조원의 재산을 기부한 것은 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빌게이츠는의 생각을 한 수 더 높게 평가하고 싶다. 게이츠는 IT 꿈나무들이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것까지 돕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시작한 학생 IT기술 경진대회 이매진 컵(Imagine Cup)을 통해서다. 이매진 컵은 지구촌의 난제를 기술로 풀어보자는 비전을 가지고 전세계 학생들의 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4년부터 올해까지 2679명이 이매진컵에 도전했다. 이 중 14개 팀은 글로벌 무대에 진출해 세계 각국에서 올라온 쟁쟁한 학생들과 경쟁했다.
지난주 11일 한국MS 광화문 사무실에는 12년 이매진컵 도전 역사상 처음으로 이매진컵 출전자들이 한 데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매진컵 출신들의 '생각의 크기'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안고 찾아갔다.
스무살 초중반에 창업한 젊은 대표들도 있었고 유망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각자 자기 길을 가고 있지만 모두 이매진컵에 참가했던 경험이 자신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했다.
■ “익명 SNS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콘버스 유신상 대표
유신상 콘버스 대표는 2009년 이집트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임베디드 부문 1위까지 하는 영예도 얻었다.
그는 “20대에 사회문제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맞이하게된 그의 20대는 고민이 많았다. 방 천장 위에 붙여 놓은 형광별을 보면서 언젠간 이런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하는 것이 당시 그에게 위안이 됐던 듯하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차례 이매진컵에 도전하게 됐다. 그 결실을 2009년 대회에서 맺었다. 그가 속한 팀 '와프리'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사슴벌레 애벌레가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사슴벌레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윈도우 임베디드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 대표는 “내가 가진 기술로 사회에 조금더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 꿈이 현실이될 수 있다는 걸 이매진컵을 통해 확인하게 됐고 결국 창업으로 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회 우승후 이집트 사막을 여행하면서 하늘에서 바라본 진짜 별은 그렇게 감동스러울 수 없었다”며 그 당시 감정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 운영하는 익명 커뮤니케이션 앱 ‘어라운드’를 통해 "계속해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사람들은 어라운드를 익명 SNS라고 하지만 어라운드는 소셜다이어리 서비스다. 사람들은 내면에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를 보는 외부의 시선으로 인해 한 가지 자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라운드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더 잘 알게되고 자신을 사랑하게되는 그런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모두의 오늘을 더 좋게 만들어 주고싶다”는 데일리 신인식 대표
신인식 대표는 2011년 뉴욕 대회에 진출했지만 1라운드에서 일명 광탈(빛의속도로 탈락)을 경험했다. 비록 빠르게 탈락했지만 신 대표는 "이매진컵에서 잊지못할 강한 에너지를 선물 받았고 다음 번에 다시 뉴욕에 갈때는 꼭 내 서비스를 들고 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데일리 호텔'이라는 당일 호텔 예약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레스토랑 예약으로까지 서비스를 확대시켜 '데일리 고메’라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신 대표는 데일리가 단순히 호텔이나 레스토랑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사용자들의 하루를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그래서 회사 이름도 ‘데일리’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자신의 서비스를 들고 다시 뉴욕에 가겠다고 한 다짐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내년에는 뉴욕은 아니지만 미국 대형 호텔 체인과 계약을 맺기 위해 미국에 방문할 예정이다.
■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스마트홈 만들겠다”는 IO 임남규 대표
임남규 대표는 신인식 대표와 같은 팀으로 2011년 대회에 참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IO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등 전원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IoT 제품 '스위처’를 개발했다. 올 여름 40일 간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000만원 정도의 목표금액을 달성하고 제품 1600대를 생산해 배송까지 마쳤다.
"치명적이게 필요한 건 아니지만 아주 진입장벽이 낮은 스마트홈 제품”이란 게 임 대표가 생각하는 스위처의 소구점이다. 사용자들은 스위처를 스위치위에 부착(자석방식)시키고 스마트폰 앱과 블루투스 통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된다. 앱에서 불끄기를 누르면 제품 안쪽에서 압력장치가 튀어나와 물리적으로 스위치를 눌러 불을 꺼준다.
임 대표는 “스마트홈 시스템이 너무 비싸고 보통 3-4인 가구용으로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혼자사는 자취생이나 직장인 초년생들도 쓸 수 있고 이사갈 때도 툭 떼서 가져갈 수 있는 스마트홈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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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는 저전력 스마트홈 제품들을 인터넷망과 연결해 외부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스마트홈 허브라는 기기도 내년 5월엔 출시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이사갈 때도 쉽게 떼어서 가져가려면 스마트홈 제품은 간단한 소물(small thing, 小物)이 제격이다. 하지만 와이파이 기능을 넣으면 전력 소모가 굉장히 커진다. 그래서 허브에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능을 다 넣고 다른 스마트홈 제품을 인터넷망에 연결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위처도 블루투스 기능 밖에 없어서 외부에선 작동이 안되는데 허브와 연결되면 인터넷망으로 외부에서도 제어가 가능해진다.
그는 “IO는 누구나 스마트홈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회사”라며 "모든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