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등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암호화 화폐 비트코인을 창시한 인물이 44살 호주 시드니 소재 사업가이자 보안전문가인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라는 정황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가 비트코인을 창시했는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유력한 후보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면서 최초로 비트코인을 고안해 내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분산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을 설계한 것이 라이트라는 것이다.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 기즈모도는 지난달 초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라이트가 사용했던 이메일, 각종 문서파일 등을 전달받았다. 이러한 자료를 분석했을 때 사토시 나카모토가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즈모도는 11월 초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실제로 그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는 인물로부터 익명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 제보자는 아웃룩 계정으로부터 확보한 첨부파일들을 보내며 "사토시 나카모토에 대한 정보를 해킹을 통해 알아냈다"며 "관련된 사업용 계좌에 크레이그 라이트라는 이름이 쓰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다 결정적인 정황증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에 대한 최초 논문이 암호학 학회지에 실리면서 공개됐던 2009년 1월 9일 이전인 2008년 3월 12일 라이트가 미국 컴퓨터 포렌식 전문가로 2013년에 사망한 데이브 클레이먼이라는 인물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내년쯤 논문을 수정하기 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화폐를 구상하는 중이다. 비트캐시 혹은 비트코인이라고 불리는..."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에도 라이트는 "세계최초의 비트코인 은행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신의 링크드인 페이지에 디모건(DeMorgan) 최고경영자(CEO)라고 표현했다. 해당 웹사이트에는 디모건이 대안화폐와 차세대 뱅킹 등에 집중하고 있으며 보안성을 확보하면서도 보다 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디모건의 자회사로 등록된 '코인(C01n)'은 비트코인 전용 지갑을 개발, 공급하는 곳으로 설명돼 있다. 이밖에도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익스체인지(Coin-EXch), 앞서 언급한 비트코인은행은 '디나리우즈(Denariuz)'라는 이름을 가졌다.
라이트와 함께 이름이 거론된 클레이먼은 미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으며 1995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휠체어를 타고 다녔으며, 이후 컴퓨터 포렌식 전문가로 일하다가 2013년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클레이먼이 라이트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크레이그, 당신은 미쳤어. 이건 위험해"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믿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출된 이메일에는 또한 라이트가 2008년 이후부터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4년 1월에 보낸 이메일에서 라이트는 'satoshi@vistomail.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 초기 비트코인 사용자, 개발자들과 정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 이메일 주소는 비트코인의 기본 개념을 다룬 논문을 암호화 학회지에 게재했을 때 쓰였던 것과 같다.
이밖에도 호주 국세청(ATO)과 비트코인을 본격적으로 공개하기 전 규제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주고 받은 이메일도 라이트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출된 이메일에서는 또한 그가 "2009년 이후 비트코인을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와이어드 역시 11월 중순께 라이트와 가까운 관계인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보안연구원이자 다크웹 분석가로서 '그웬 브란웬'이라는 가명을 쓰는 인물에게 보낸 문서를 확보했다. 이러한 문서에 따르면 라이트는 암호학 관련 메일링 리스트에 '비트코인 백서(Bitcoin paper)'가 최초로 공개되기 수개월 전인 2008년 8월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비트코인과 개념이 유사한 '암호화 화폐 논문(cryptocurrency paper)'을 게재했었다. 그는 또한 2008년 11월에는 블로그에 사토시 나카모토에게 연락할 취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암호화 메일인 'PGP'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공개키를 알려주기도 했다.
또한 현재 해당 블로그에서 삭제된 포스트에는 2009년 1월9일 비트코인에 대한 최초 논문이 공개된 뒤 하루 뒤인 10일에 "비트코인의 베타(서비스)는 내일 이뤄질 것"이며 "이것은 분산화 됐다...우리는 이것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내용이 쓰여있다.
관련기사
- 골드만삭스, 주식 거래에 암호화 화폐 활용 시동2015.12.10
- 글로벌 은행 '블록체인' 투자 가속...한국은?2015.12.10
- 국내 금융권도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2015.12.10
- 글로벌 주요 은행, 블록체인 연구 본격 시동2015.12.10
유출된 문서에는 2008년 6월 라이트가 그의 변호사와 함께 'P2P 기반 분산 원장(P2P distributed ledger)'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구상했던 내용이 담겨있다. 이것은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거대 장부인 '블록체인'과 유사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 역시 현재로서는 주장에 가깝다는 것이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여전히 사토시 나카모토가 라이트라는 주장을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전문가인 제프 가직은 트위터를 통해 "사토시는 자신이 가진 비트코인을 사용하거나 PGP에 사용된 키를 공개하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지만 사토시를 익명으로 두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