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경영 신호탄...삼성, 인력·조직 축소

올해 승진자 수 2009년 이후 최소 규모 294명

홈&모바일입력 :2015/12/04 17:56    수정: 2015/12/04 18:01

송주영 기자

위기경영의 신호탄인가. 4일 단행된 2016년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 수는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294명을 기록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수도 135명에 그치며 4년 연속 규모가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 수가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본사 직원 수도 줄이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2년 임원인사에서 총 501명의 승진자를 배출한 이후 2013년 485명, 2014년 476명, 2015년 353명으로 매년 승진자 수를 줄여 왔다. 삼성그룹은 “총 294명을 승진시켜 전년 대비 승진자 규모는 줄었으나 44명의 발탁 인사를 실시해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시리즈 글래스, 메탈케이스 공정 개선을 주도한 삼성전자 김학래 상무, 시스템LSI 14나노 핀펫 공정개발을 주도한 심상필 상무 등이 2년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등 부사장 5명, 전무 15명, 상무 24명 등 44명이 발탁 승진했다. 하지만 발탁 인사는 지난 2013년 74명, 2014년 86명, 2015년 56명 대비 감소 추세다.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 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승진자 수도 줄었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승진자는 135명으로 2015년(승진 적용시기) 165명, 2014년 227명, 2013년 226명 대비 감소 추세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들면 임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사업규모가 줄면 임원도 감소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수

그룹 전체 매출의 70%, 영업이익의 90%를 책임졌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최고 실적을 올린 후 작년부터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소폭 하락하며 간신히 200조원에 턱걸이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은 지난 2013년 228조원 정점을 찍은 후 2014년 206조원으로 줄었다. 2년 연속 매출 하락이 전망된다.

본사 직원 수도 올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직원 수 감소는 지난 2011년 이후 4년만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본사 기준 직원 수는 2012년말 9만700명에서 2013년말 9만5천794명으로, 2014년말 9만9천382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9만8천557명으로 825명이 감소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연감소분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자연감소분을 채용을 늘려 해결했다면 올해는 자연감소분 대비 채용규모가 줄었다는 의미다.

실적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임원 수는 직원 수에 앞서 지난 201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임원은 지난 2012년말(연간 사업보고서 기준) 1천111명에서 2013년 1천235명으로 늘었으나 2014년말 1천216명, 올해 3분기 다시 1천195명으로 줄었다. 따라서 올해 최소화된 승진인사를 통해 연말 전체 임원 수는 또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수(자료: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실적도 스마트폰 시장 호황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13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경기 등 대외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글로벌 경기는 삼성전자 완제품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OECD는 한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 성장률이 내년 6%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도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아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2013년까지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스마트폰 성장률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메모리마저도 내년 전망이 좋지 않다. 국내 메모리 수출은 이미 지난 10월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D램 가격은 이 시기 PC 등 완제품 수요 부진으로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다. 신성장동력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동력인 IoT는 이제 플랫폼이 막 나오기 시작한 단계다. 삼성전자의 사업으로 육성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삼성그룹의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같은 성장동력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부근 CE부문 사장, 신종균 IM부문 사장 등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 수장들이 사업부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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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주력 사업부 리더를 교체해 제 2도약을 위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기로 했다”며 “윤 사장과 신 사장은 겸직하고 있던 생활가전 및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게 물려주고 그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으로 시야를 넓혀도 그룹 계열사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3년까지 전자가 실적을 받쳤다면 이후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2010년 8.1%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1%로 내려앉았다. 삼성그룹은 화학계열사를 매각하고 그룹의 중심을 IT, 금융, 바이오로 재편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