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장인 톰 휠러 의장도 의회를 상대로 도청법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안보상 필요하면 프라이버시는 통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정부 당국자와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파리 테러 이전까지는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 여파로 안보 차원의 감시 보다는 프라이버시 강화쪽으로 여론이 쏠리는 분위기였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톰 휠러 FCC 의장은 파리 테러 이후 미 하원에 출석해 도청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톰 휠러 의장의 발언은 94년 통과된 도청 법안인 CALEA( 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CALEA는 통신 회사들이 의심되는 이들의 휴대폰을 도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휠러 의장은 시대가 바뀐 만큼 휴대폰을 넘어 다른 커뮤니케이션 분야에도 CALEA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원활한 법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톰 휠러 의장 외에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보기관들은 파리 테러 이후 애플이나 구글 등이 도입한 메시지 암호화 정책을 겨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어내기 시작했다. 암호화 때문에 테러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 해외 정보및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필요하면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관련 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애플과 구글 등 주요 IT회사들은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펼친 무차별 감청 행위를 고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강화해왔다. 애플은 2014년 iOS8 운영체제를 선보이면서 기기간 암호화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했다. 사용자가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아이메시지나 페이스타임을 사용할 때 이들 메시지는 암호화된다. 비밀코드 없이는 메시지 내용에 접근할 수 없다. 심지어 애플이라도 해도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다.
FBI 등은 이때문에 테러 대응이 힘들어졌다면서 백도어 설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CIA) 존 브레넌 국장은 공식석상에서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탓에 정보의 공격적인 첩보활동이 어려워졌다"며 "(감시활동을 위한) 인텔리전스 프로그램이 노출되면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우려가 (테러방지활동에 비해) 너무 많이 나갔다"고 지적했다.
파리 테러 직후 전 CIA 고위 간부였던 마이클 모렐은 CBS뉴스를 통해 "제조사나 국가 법률로도 접근할 수 없는 기기들에 많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안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해 새로운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더버지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이 하원에 '수사권강화법안(Investigatory Powers Bill)'을 제출하면서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1년 간 사용자들의 웹사이트 방문기록을 보관, 경찰들이 대량의 메타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게하는 방안을 이르면 내년 말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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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국 정보기관인 MI5, MI6, GCHQ 등에 사이버보안 요원 약 1천900여명을 신규채용해 국제 테러 위협에 대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은 IT업체와 암호 전문가들의 반대를 감안해 암호화된 메시지에 정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파리 테러 이후 암호화된 메시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정보기관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기존 입장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