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찬성하는 여당 측과 이를 이동통신서비스 기본료 폐지, 단말기유통법 개정안 등과 연계 처리하려는 야당이 충돌하며 결국 소관상임위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요금인가제 폐지는 통신비 인하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정부안으로 심의 의결하기도 했다.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통신 소매요금 인가제 폐지 ▲이동통신서비스 기본료 폐지 ▲단말 완전자급제 ▲단말기유통법 개정안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통신규제 완화의 마지막 과제였던 인가제 폐지가 무산되면서 사전규제 폐지, 규제체계 제도 개선이라는 향후 정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는 기본료 폐지를 주장한 야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상호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 기본료 폐지와 단말기유통법의 분리공시 법제화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통신요금 인하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킨다는 점에서 (여당에) 동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본료 폐지와 단말기유통법 개정안(분리공시, 상한제)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 여당에서 요구하는 인가제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기본료 폐지와 단말기유통법 개정이 어렵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애를 썼지만 결국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최재유 미래부 1차관은 “기본료가 있는 요금제도 있지만 없는 요금제도 나오는 등 다양한 요금제가 있다”며 “기본료 1만1천원을 일시에 폐지하면 모든 사업자가 적자상태로 돌아서기 때문에 ICT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1인당 통신요금 부담액은 늘고 있고 통신 대기업은 막대한 이익과 유보금이 쌓여가는 데도 뭐가 여력이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가입비를 폐지할 때도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는데 결국 가입비를 폐지하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같은 당의 최민희 의원도 “기본료를 폐지하면 사업자들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료를 폐지하는 요금제가 나온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최재유 차관은 “기본료를 폐지하더라도 시장 자율적으로 폐지해야 하는데 정부가 기본료를 폐지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소비자가 느끼는 요금할인의 체감폭은 적을 지라도 사업자의 ARPU는 낮아지고 있고 20% 요금할인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재유 차관이 요금인가제 폐지라는 통신정책의 마지막 한 단계 관문이 남았다며, 인가제 폐지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야당 측 입장을 돌리지는 못했다.
최재유 차관은 “요금인가제 폐지는 통신정책 규제체계 개선을 위한 마지막 남은 한 단계”라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해 부정적 의견이 많기는 하지만 공정위와 함께 지배력 남용 행위 등을 검토해서 시장의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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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미래부 기획조정실장도 “OECD 국가에서도 소매시장의 규제를 하는 국가도 없고 인가제라는 제도적 통제를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됐다”며 “알뜰폰 역시 1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규제측면에서 인가제 폐지와 기본료 폐지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 추천 몫인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가계통신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 기본료를 폐지해도 이통사 수익에는 별 영향과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폐지하는 게 맞다”고 미래부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