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고객정보 합법적 공유 묘안 찾아라"

EU, 새 세이프하버 규약 타당성 정밀 검토

인터넷입력 :2015/11/09 13:32    수정: 2015/11/09 18: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합의한 새 세이프하버(Safe Harbor) 조약에 대한 검토 작업을 내년 1월말까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EU는 내년 1월말까지 미국과 새롭게 체결한 ‘세이프 하버’ 협약에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해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국과 EU는 지난 달말 기존 협약을 대체할 새로운 ‘세이프 하버’ 협약에 원칙 합의했다.

유럽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 (사진=씨넷)

■ 지난 달 유럽최고재판소 판결로 미국-EU 모두 비상

지난 2000년 체결된 ‘세이프 하버’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이 EU 이용자들의 웹 검색 이력이나 소셜 미디어 업데이트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준 법적 근거가 됐다. 유럽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미국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0월초 유럽최고재판소(CJEU)가 ‘세이프 하버’ 협약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시 CJEU는 “세이프하버 협약을 허용할 경우 미국 정부가 EU의 온라인 정보에 수시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서 협약 자체에 흠결이 많다고 판결했다.

CJEU 판결 직후 EU 28개국의 개인정보 담당 관련 부처들은 “내년 1월말까지는 이전 세이프가드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EU는 다국적 기업들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로 지난 달 26일 세이프하버 협약을 대체할 새로운 원칙에 일단 합의했다.

NSA가 프리즘을 이용한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전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 (사진=가디언스크린/씨넷)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베라 요우로워 위원(사법-소비자-남녀 평등 담당)은 당시 유럽 의원들 앞에서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법원의 요구를 완전하게 수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우로워 위원은 양측 협상이 언제 마무리될 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11월 중순 미국을 방문할 무렵이면 나머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적지 않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협의회(NSA)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이후 유럽 쪽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EU "개인정보는 기본권" vs 美 "필요할 땐 접속 가능"

양측 협상의 남아 있는 핵심 쟁점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EU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조건과 한계를 마련하는 부분이다.

EU 관계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보 기관들이 유럽인들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명백한 조건을 부여하고 한계를 규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최고법원에서 또 다시 불법 판결을 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선 미국이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유럽 쪽의 시각이다. 미국은 또 EU 회원국 시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했을 경우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오히려 사소한 차이다. 미국과 EU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 정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사진=씨넷)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 정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정보에 접속할 때는 개인의 이익 보장과 관련이 있느냐는 부분을 집중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해당 정보에 접속할 필요가 있다고 간주할 경우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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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과 EU가 새롭게 합의한 세이프하버 규칙에선 이런 부분까지 담아낼 수 있느냐는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U가 이날 내년 1월말까지 최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서 또 다시 무효 판결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부분까지 감안한 것일 가능성이 많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