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허점 많은 망중립성 법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 의회가 27일(현지 시각) 망중립성 법안을 찬성 500, 반대 163표로 통과시켰다고 더버지,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에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망중립성 원칙은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특정 앱 우대 가능" 비판 많아
새 망중립성 법안의 특징은 일종의 급행 회선인 ‘특수 서비스(specialized services)’를 허용키로 한 것. 여기에다 최근 망중립성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제로 레이팅(zero rating)’ 상품도 무제한 허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 의회, 그리고 유럽이사회는 지난 7월 3자회담을 통해 “새로운 EU 망중립성 규칙은 오픈 인터넷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특수 서비스, 혹은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제로 레이팅’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데이터 사용료를 과금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최근 들어 망중립성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의제다.
문제는 ’제로 레이팅’을 허용할 경우 특정 서비스를 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버지가 지적한 것처럼 특정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가 애플과 애플 뮤직 앱에 대해 ‘제로 레이팅’ 원칙을 적용키로 합의할 경우 다른 서비스에 비해 엄청난 경쟁 우위를 갖게 된다.
유럽의회가 이날 '특수 서비스'와 '제로 레이팅' 등을 포함한 망중립성 규정을 통과시킴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EU의 망중립성 원칙은 ISP들이 데이터 종류에 따라 트래픽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이메일보다 영상 통화를 우대하는 등의 차별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EU가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쪽으로 돌아선 것은 커넥티드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 2013년부터 공방…원안보다 다소 약화
유럽의 망중립성 관련 법제화 작업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EC 주도로 망중립성 관련 법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초 법안에는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차별없는 오픈 인터넷’이란 망중립성 원칙에선 다소 멀어진 법안이었다.
이 문제는 지난 해 3월 해소됐다. 유럽의회가 돈을 지불하는 업체들에게 우대를 하는 ‘특수 서비스’ 조항을 제거한 망중립성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 당시 유럽의회는 차단금지와 차별금지를 골자로 하는 EU 디지털 아젠다 책임자 닐리 크로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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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들어 유럽의 망중립성 원칙에 변수가 생겼다. 유럽이사회가 지난 3월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유럽이사회는 EU회원국 국가 원수나 정부 각료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입법권한은 없지만 중요한 문제를 다루며,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EU의 정치적 지침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 지난 7월엔 EC와 유럽의회, 그리고 유럽이사회 3자가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유럽식 망중립성 원칙’에 사실상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