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같은 전통 제조 업체를 제외하면 일본 IT회사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을 꼽는다면? 중국 IT회사하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많은 회사 이름들이 술술술 나오는데 일본은 딱 하고 떠오르는 이름이 별로 없다.라쿠텐이 그마나 많이 알려졌을 정도. 흥미로운 창업 스토리나 고성장 신화도 실리콘밸리나 한국,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종종 볼 수 있지만 일본 사례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일본에도 나름 스토리를 갖춘 벤처 회사를 만든 창업자들이 있을 것이다. 디지털 광고 회사 애드웨이즈 창업자인 오카무라 하루히사 CEO도 그 중 한명으로 꼽힌다.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애드웨이즈는 2001년 창업한 디지털 광고 효과를 분석해주는 솔루션 회사다.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고객사는 주로 게임과 전자상거래, 금융 회사들이다. 글로벌 역량도 꽤 수준급이다.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진출, 현재 한국을 포함해 12개국에 22개 사업 거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아시아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조금씩 문을 두드리는 단계다. 애드웨이즈 역사는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다시 창업자 스토리로 넘어가면 오카무라 CEO는 이력서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대단히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중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등학교 중퇴가 최종 학력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래도 고등학교는 마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할텐데, 무슨 사연이 있어 그의 학력은 '고퇴'로 끝이 났을까?
최근 한국을 찾은 오카무라 CEO와의 인터뷰는 가방 끈이 짧은 이유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형편이 안됐다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시작하는게 좋을 거 같더라고요.결심이 서자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그는 행동주의자다. 맞다고 생각되면 가급적 행동으로 옮긴다. 중도에 학업을 중단한 것도, 창업을 결심함 것도 모두 생각하고 바로 행동한 결과였다. 성장사를 보면 그는 멘탈도 강해 보인다. 왠만한 외풍엔 표정이 잘 바뀔 거 같지 않다. 격식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일본에선 쉽게 보기 힘든 유형이라는게 애드웨이즈코리아 직원들의 얘기다.
오카무라 CEO 이력서에서 사회 첫 경력은 선풍기 필터 파는 회사의 방문 판매 영업 사원이었다. 16살 때부터 20살까지 세일즈맨으로 살았다. 영업은 그에게 한마디로 '체질'이었다. 회사원으로 있는 동안 한번도 최고 영업 사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스무살이 되던 해 영업왕으로 잘 나가던 그의 이력서에 두번째이자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사회 경력이 채워진다. 애드웨이즈 창업이다. 오카무라 CEO는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었을까? 그를 창업으로 이끈건 우연이었고, 우연으로 탄생한 열망은 다시 행동으로 이어졌다.
"우연히 TV에서 디지털 광고 회사인 사이버 에이전트 CEO가 나오는걸 봤어요. IT에 담긴 잠재력과 사이버 에이전트의 혁신적인 기업 환경에 놀랐습니다. 바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지요."
그가 선택한 비즈니스 모델은 디지털 광고였다. 창업에 불을 당긴 당사자였던 사이버 에이전트의 주특기가 디지털 광고였고, 영업왕 관점에서 디지털 광고를 하면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오카무라 CEO는 요즘처럼 벤처캐피털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고 애드웨이즈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2001 창업 당시 그의 손에는 우리돈으로 천만원이 있었을 뿐이다. 영업맨 출신이니 혼자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창업과 함께 그는 먼저 개발자를 찾어 나섰다. 아는 개발자가 별로 없다보니, 그는 무작정 공과대학 강의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거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그려나갈 사업에 대해 피칭을 하곤 했어요. 그러던 중 뛰어난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자본금 절반을 털어 개발에 착수했는데, 아쉽게도 제품을 상용화하지는 못했어요. 이후 다시 공대 강의실을 뛰어다니며 뜻을 같이 할 개발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니시구치 산키를 만나게 됐습니다. 니시구치 산키는 대단한 개발자였어요. 애드웨이즈의 첫 CTO이기도 했습니다."
애드웨이즈는 창업 이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다. 2006년에는 창업 6년만에 기업 공개도 성사시켰다. 상장할 때 오카무라 CEO의 나이는 26세. 당시 기준으로는 일본 증시 사상 최연소 상장 기업 CEO였다.
디지털 광고를 주특기로 하는 애드웨이즈 비즈니스 모델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플랫폼 변화에 따라 대응 전술이 달라졌을 뿐이다. 오카무라 CEO가 꼽는 성공 키워드는 크게 2가지다.
"한발 앞서 변화에 대응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전, 미리 준비해 모바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어요. 모바일 시대에는 디지털 광고 사업도 글로벌로 할만 하다는 판단아래 각국 지사 설립에도 속도를 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애드웨이즈의 강점입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과 모바일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성장의 동력이었다는 얘기다. 최근 디지털 광고 시장은 애드테크로 불리울 만큼,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추세다. 변화의 중심에는 오카무라 CEO가 강조한 것처럼 기술이 있다. 애드웨이즈 외에도 애드테크를 표방하는 뉴페이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쟁은 점점 심화되는 상황이다. 오카무라 CEO가 한단계 점프업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두가지 방향에서 애드테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을 기술을 단순하게 하는 겁니다. 디지털 광고 기술들은 복잡해요. 어려우면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어렵습니다. 버튼 한번으로 광고가 노출되는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드웨이즈는 고객이 한번에 알 수 있는, 보다 간단한 서비스로 무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번째는 역시 광고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플랫폼 고도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말이 아니라 결과로 말할 수 있는 광고들이 많아 질거에요."
애드웨이즈는 플랫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왔다. 한발 앞서 변화를 추진한 것은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졌다. 지금 IT플랫폼 시장은 스마트폰 이후 등장한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이 중량급 변수로 등장한 상황이다. 변화에 민감한 오카무라 CEO지만 광고 채널로서 웨어러블이나 IoT가 갖는 잠재력에 대해 아직은 관망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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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이나 IoT 관련해서는 관심은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어떻게 하겠다 식의 계획을 정한 것은 없어요. 웨어러블이나 IoT 보다는 TV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커넥티드 TV 공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VR 스타트업에도 투자해 향후 가능성을 타진중입니다."
애드웨이즈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카무라 CEO는 "미국은 2012년 진출한 이후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현지 기업들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현지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겠다. 사전 예약앱인 예약톱10은 이미 북미 시장에 직접 공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