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앞세워 B2B 시장 공략

2020년 100억달러 매출 목표…가격 경쟁 지양 품질로 승부

홈&모바일입력 :2015/10/27 15:19    수정: 2015/10/27 16:23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이 셰프컬렉션, 액티브워시, 애드워시 등 B2C 제품에서 얻은 성공 DNA를 기업간거래(B2B) 영역까지 확장한다. 우선 대표적인 B2B 품목인 시스템에어컨 사업에서 대용량·고효율·고성능을 갖춘 제품 풀라인업으로 글로벌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경기도 용인시 서천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삼성 AC 포럼 2015’ 기자간담회에서 “시스템에어컨을 포함한 에어컨 사업을 오는 2020년까지 100억달러(약 11조3천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오는 27일까지 열흘 간 열리는 ‘삼성 AC 포럼’은 200여명의 국내외 주요 거래선을 초청해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신제품을 소개하고 기술력과 서비스 역량을 강조하는 행사다. 그동안 다른 가전 부문과 함께 글로벌 거래선 초청 행사가 열린 적은 있지만 시스템에어컨을 주제로 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직원은 “이번 행사는 일종의 비전선포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 5개월에 걸쳐 미국과 중남미, 유럽 등 전 세계 50여개국, 117개도시, 9천여명의 고객사 관계자들과 만나며 공조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원정에 오른다.

윤부근 대표는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이 세계 시장을 공략할 만한 본격적인 준비가 됐다는 판단 하에 대장정을 결정했다”면서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와 함께 선진 시장 기술인증을 획득하는 동시에, B2B 고객사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제품 교류와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판매와 서비스 인프라도 대폭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에어컨 사업 100억달러 시대를 열 신제품으로 독특한 원형 디자인의 천정형 에어컨 ‘360도 카세트’가 처음 공개됐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는 블레이드 대신 기류응용 원리에서 착안한 부스터 팬을 내부에 적용해 독특한 원형 디자인을 구현하는 동시에 사각지대와 직접 닿는 찬바람의 불쾌감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또 원형 디자인으로 기존 투박한 사각 제품 대비 심미적 완성도도 높였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는 블레이드를 없애고 항공기나 풍력발전기 등에서 활용하는 기류응용 원리에서 착안한 부스터 팬을 세계 최초로 내부에 적용해 직접 닿는 찬바람의 불쾌감을 없앤 삼성 '360 카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와 함께 시스템에어컨용 실외기 분야에서는 84kW(30마력)의 단일 용량으로 4대를 조합하면 업계 최대 120마력 용량 구현이 가능한 ‘DVM S’ 신모델과 가로폭이 94cm에 불과해 공간 효율을 높이면서도 기존 대비 면적과 무게를 각각 54%와 30% 수준으로 줄여 주거용 건물이나 상업시설에 적합한 ‘DVM S 에코’를 함께 공개했다.

또 삼성전자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칠러 신제품 ‘DVM 칠러’도 제품군에 새롭게 추가하면서 시스템에어컨 분야 풀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DVM 칠러는 별도의 냉각탑이 필요없어 설치 공간을 대폭 줄여주며 같은 용량 대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에어컨 시장은 약 740억달러 규모로 이 중 시스템에어컨과 일반 에어컨이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0억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에어컨 사업 매출은 5천억원 정도로 시장점유율 45%을 차지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점유율은 3~5% 수준으로 매출 규모가 아직 적은 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냉매유량가변형시스템(VRF) 방식의 에어컨 시장은 다이킨과 미쓰비시전기 같은 일본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 용량에 모두 기존 대비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여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냉난방 효율과 성능은 크게 높인 신제품으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와 함께 DVM 칠러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스템에어컨과 칠러로 양분된 공조 시장에서 제품 영역을 칠러 시장까지 확대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사적으로 B2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이익 창출이 어려워지는 반면, B2B 시장은 거래 규모가 크고 제품 공급 후에도 장기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전 분야에서도 B2B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에어컨 사업은 현재 7:3 수준인 일반에어컨과 시스템에어컨 비중을 시장 추세에 맞춰 5:5 수준으로 B2B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윤 사장은 앞서 지난 5월 ‘2015 삼성 셰프컬렉션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셰프컬렉션 빌트인’을 공개하며 오는 2018년까지 국내 빌트인 가전 시장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키고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홈' 솔루션도 B2B 영역인 '스마트 스페이스'까지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스템에어컨 연결을 통한 빌딩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바탕으로 건물의 안정성을 체크해주는 시큐리티와 노령화 추세에 맞춤형 관리를 할 수 있는 시니어케어 등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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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IoT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술로 연결되는 스마트 주거환경과 공공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공조 부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윤 대표는 “B2B 사업에 나서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솔루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B2B 시장을 제대로 강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남들과 똑같은 제품을 내놔봤자 가격 싸움밖에 되지 않는 만큼 그런 경쟁은 최대한 지양하고 최고의 성능과 공간 효율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