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당장 구조조정 계획 없다"

11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분할 이후 청사진

컴퓨팅입력 :2015/10/21 16:31    수정: 2015/10/21 20:23

HP가 열흘 뒤 공식 출범할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이하 'HPE') 사업 전략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침체기를 벗어나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현재 국내 법인에는 본사 의지를 담은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점도 밝혔다.

HPE는 기존 HP 조직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사업만 담당하기 위해 독립하는 사업체 브랜드다. 함께 운영되던 PC 및 프린터 사업도 HP인코퍼레이티드(HP Inc.)라는 별도 법인으로 갈라선다. 법적 분할은 1년1개월만인 이달말까지 마무리되고, 두 회사는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한다.

HP 본사는 창립 75주년을 기념한 지난해 10월초 이같은 계획을 내놨다. 작년은 한국HP 창립 30주년이기도 했다. 한국HP도 본사가 내건 일정에 맞춰 조직의 물적 분할과 법인 분리 절차를 밟아 왔다. 분할 출범하는 HPE 한국법인 총괄 임원은 현 함기호 한국HP 대표다.

21일 함기호 대표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미디어브리핑 자리에서 "HPE란 새 이름과 로고를 통해 처음 인사드린다"며 "정식 분할까지 열흘이 남았지만, 지난 80여일간 '가분할' 체제를 통해 실제 분할 이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한 상태"라며 안정화를 자신했다.

함기호 한국HP 대표

법적으로는 HPE가 기존 HP의 지위를 잇는 '존속 법인'이고, HP Inc.쪽이 신설되는 '분리 법인'에 해당하지만, 회사를 상징하는 파란 원형 로고는 HP Inc.가 가져갔다. HPE의 새 로고는 검정색 문자열 'Hewlett Packard Enterprise'의 왼쪽 위에 네이버 검색창을 연상시키는 초록 상자를 얹은 형태다.

한국HP 조직이 둘로 나뉘면서 대규모 감원 사태를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멕 휘트먼 HP 회장이 분할 체제 실행 방안의 하나로 대규모 감원을 동반한 글로벌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관련 질문에 한국HP는 한국 법인의 구조조정에 대한 본사 지시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를 우려할 시점은 아니란 얘기다. 다만 앞으로도 인력 감축이나 해고가 전혀 없을 거라고 장담하는 것도 아니다. 함기호 대표의 설명이다.

"엔터프라이즈그룹(EG)은 나름대로 성장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잘 했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본사가) HPE가 잘 성장해나가려면 뭐가 필요하겠느냐는 관점에서 각 사업부문을 바라볼 때, 소프트웨어와 함께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가 관건이죠. 소프트웨어 부문은 다양하고 좋은 솔루션을 갖췄는데도 아직 제대로 시너지를 못 낸다, 해서 그 쪽에 많은 조직과 운영상의 변화(계기)를 마련했습니다. ES의 경우 조직이 방대하고 매출액 규모도 상당한데, 한국에선 (ES 역할인) IT아웃소싱을 거의 안 해요. 사업영역이 제한돼 있고, 인원도 많지 않습니다. HP가 EDS를 인수하고 ES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한국HP도) 여러 포트폴리오 변화, 내부 조정작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현재로선 별도 구조조정 계획이 없습니다. 본사에서 (분할 출범 후 한국지사 인력에 대한) 방향성을 내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본사가 주로 IT아웃소싱 인력을 자를 텐데, 한국HP에는 해당 조직이 원래 작아서 지금 구조조정의 핵심 타깃에선 벗어났다는 뉘앙스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이 자리에선 더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회사측은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진행했다. 본사 임원의 입을 통해 내달 출범하는 HPE의 사업 방향과 집중하려는 분야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HP 글로벌솔루션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부문 총괄 담당 임원인 케이씨 초이(KC Choi) 부사장이 발표를 맡았다.

"산업계의 요구사항은 3가지입니다. 기존 인건비와 운영비 절약을 넘어선 비용절감으로 새로운 혁신에 투자할 여력을 얻고, 혁신적 솔루션으로 파괴적 변화가 벌어지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민첩성을 높이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시점부터 실제 가치를 창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죠."

케이씨 초이(KC Choi) HP 부사장

업계가 요구하는 IT와 담당 전문가의 역할도 확 바뀌었다. 논점은 4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기성 인프라와 신기술을 동시에 지원하고, 접근제어를 넘어 위협 분석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보존과 이동을 넘어 실시간 통찰 확보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자동화를 넘어서 스스로 조립하고 재구성되는 인프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HPE의 대응 전략도 크게 4가지 영역으로 정리된다. 키워드는 '변형(Transformation)'이다. 이기종 전산 환경을 통합하고, 예측 분석으로 위협을 사전 차단하는 보안을 실현하고, 기존의 데이터베이스(DB)와 센서 기반의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하고, 모바일 기기와 내부 자산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과정이다.

관련기사

HPE는 하이브리드 환경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자산을 잘 활용하며 업무 생산성을 높여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이런 '변형'을 원하는 기업들을 돕겠다는 얘기다.

"IT업체가 고객과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R&D 수준과 역량 향상이 시장의 중심이 될 겁니다. HPE의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우리가 오는 11월 1일 출범할 때 이런 논의를 위한 바탕이 돼, 대화를 필요로하는 고객들에게 많은 가치를 부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