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ICT의 중요성과 위상은 올라갔지만 대표적인 전문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는 그에 걸 맞는 지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와 국회에서 타 기관에 비해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는 업무 구조조정으로 기관정체성에 대한 정립과 업무효율성도 높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변화를 설명하는 백기승 원장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특히 6개월 전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의 기를 살려주고 격부터 올려줘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때하고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백기승 원장은 13일 취임 2년차를 맞아 과천 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조직개편에 대한 설명과 함께 향후 운영계획 등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조직통합에 앞서 물리적인 사무실 통합을 강조했다. 백 원장은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3개 기관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통합됐음에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청사도 없이 2곳에 임대로 살며 나뉘어져 있다"면서 "특히, 민간 분야의 정보보안을 80% 이상을 책임지는 기관이 청사가 없어 정보보안에 대한 2원화 작업도 진행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조직은 통합된 지 6년이 흘렀지만 물리적으로는 두 살림을 하고 있었고, 나아가 화학적 융합은 요원했다는 것이 백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 조직 내에 10개나 존재했던 기획팀을 예로 들었다.
그는 “3개 기관이 합쳐졌는데 화학적 융합이 안 되다보니 각 단별로 전부 기획팀을 하나씩 두고 있어 기획팀이 10개나 있었고 직군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만들면서 10개나 됐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업무구조조정을 하면서 인터넷진흥과 정보보호를 양대 축으로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직군도 확 줄였다”고 강조했다.
KISA는 기존 5본부 11단의 조직체계를 4본부 10단으로 효율화하고 각 단별로 존재했던 10개 기획팀을 각 본부에 하나씩 4개팀으로 정비했다. 아울러 인력소요가 높은 업무는 외부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등 효율화도 꾀했다. 또 정보보호 전문 인력 이탈방지를 막기 위해 정보보호 분야 전문직군을 새로 만들고 수당과 인센티브 지급 등 전문성 유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특히,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를 위해 사이버보안인재센터장, 정보보호R&D기술공유센터장, IoT혁신센터장 등은 공모를 통해 11월초 선임한다.
백 원장은 “민간과 비교해 낮은 급여와 지방이전 등으로 정보보호 전문 인력과 중간 관리자들이 이탈하다보니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매우 높다"면서 "더욱이 정보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민간, 군, 사법기관 등 정보보호 인력 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운용과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해 인원소모가 많은 업무는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중이다.
실제, 지난 5년간 KISA에서는 486명이 퇴사했는데 이중 69%가 정보보호 인력이다. 또 계약직 비중이 타 기관들보다 훨씬 높은 42%에 달한다.
백 원장은 “그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일념으로 낮은 급여와 열악한 환경에서도 직원들이 묵묵히 일해 왔는데 지방이전까지 겹치면서 이탈하는 직원이 많다"면서 "우선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단순히 백 원장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신규인력 증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예산 확보에도 실질적 성과도 만들어 냈다. 특히 내년에는 22명의 인력이 증원될 예정인데 이는 ICT기관으로써는 최대 규모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개인정보와 전자문서 사업조정, 정보보보산업진흥원법 제정과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해 내년도에 22명의 인력을 증원키로 하고 처우개선과 안정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추진 중이다. 또한 내년 예산도 인터넷, 정보보호 산업 진흥과 사이버침해대응 강화를 위해 올해 대비 약 9.1% 증액된 1천325억원이 책정됐다. 그만큼 국가적으로도 정보보호와 인터넷진흥 업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비정규직 전환은 아직 협의 중의지만 깜짝 놀랄 만큼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17년 전라남도 나주로 이전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지능화·대규모화되고 있는 사이버침해사고나 정보보호 산업육성, 법정 의무제도인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제도 심사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원이 수도권에 잔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지난해 KISA가 지원한 해킹피해 350건 중 98.8%인 346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항공, 소방사고와 달리 사이버사고는 즉시 피해가 확산되는 특징 때문에 실시간 대응을 해야 하는 '골든타임 제로'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꾀한다는 정부방침과 업무의 효율성 유지라는 두 가지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그 접점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KISA는 이 같은 조직체계 정비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한국형 정보보호모델과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지원, ICT 융합 환경에 맞춰 사물인터넷(IoT) 통합·융합 보안제품 개발이나 핀테크 등 인터넷 신규 서비스 확산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 5월에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체(CAMP)’를 구성하고, 협력관계를 맺은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이버 보안 협력 연대도 강화키로 했다.
또한 국내 사물인터넷(IoT) 중소기업과 글로벌 기업간 상생·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퀄컴, IBM,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외 22개 대기업이 참여하는 ‘IoT 글로벌 민관 협의체’ 간 협력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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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오는 21일에는 IoT 통합·융합 개발 촉진을 위한 ‘IoT 보안 테스트베드’를 만들기로 했다. 신규 개발된 IoT 통합·융합 정보보안 제품을 실제 환경에 설치운영해 봄으로써 적합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백 원장은 내년도 KISA의 향후 중점 추진과제를 Soft, Smart, Strong 등 3S로 정했다. 백원장은 "소프트는 유연한 상호 연결과 협업을 통해 실행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스마트는 ICT 기반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의 경쟁력 견인을, 스트롱은 안전한 미래인터넷시대를 향한 변화 의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