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더듬이로는 생존할 수 없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5/10/07 12:53

진현석 모바일마루 대표

‘죽음의 계곡’(데스밸리, Death Valley)이라는 용어가 있다. 창업 후 2~4년 사이의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 창업 5년차 기업 생존율은 30%에 불과(유럽은 47%, 미국은 43% 정도)하다. 필자가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모바일마루’역시 이 ‘죽음에 계곡’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10월이면 창업한 지 정확히 2년이 된다. 안정적인 기업으로 운영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으며,사업의 방향성이나 수익모델 확보에서 추가적인 보완과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마루는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에게 편의를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회사이다. 첫번째 프로젝트가 유아동용품모바일 쇼핑인 “맘픽”이다. 100여개 이상의 쇼핑몰에서 유아동(및 가족)상품 정보를 제공받아 고객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인기있는 상품들을 랭킹으로 보여주거나, 특별한 관심이 있는 상품을 큐레이션(선별 및 재배치,추천)해서 보여주며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유사한 형태로 비교하자면, 최근 TV광고를 하고 있는 “쿠차”의 유아동상품 전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서비스들과의 경쟁력이라면 온전히 유아동타겟에 집중하여 상품정보를 제공하므로, 유아동상품에 있어서는 단일 서비스 국내 최대 규모인 270만개의 상품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비스 운영상황은 그렇더라도, 모바일마루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한 것은 사실이다. 총 인원 9명의 스타트업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고 유행에 민감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날이 갈수록 느끼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은 사업관리와 경영관리는 물론 인재관리, 사업파트너 및 네트워크 확보 등 중요한 여러 현안 가운데서 자칫 한쪽으로만 치우쳐 불균형한 성장을 하게 되는 과오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대표나 임원은 특정한 업무시간이 없다. 밤이나 새벽이나, 휴가중이거나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이 생존과 직결된 현안이고 중요 해결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눈 앞의 현안들을 해결하다보니 거시적 안목으로 관찰해야 하는 시장의 반응과 좋은 사업의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자칫 애써 만들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서는 매력과 기대를 상실한 제품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모바일마루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그러던 중,작년 12월 500V라는 벤처 얼라이언스(이하 ‘500V Alliance’)에 합류하면서 그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필자에게 500V 얼라이언스 합류 결정은 ‘양질의 정보입수’와 ‘다양한 기회선택’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500V 얼라이언스 합류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김충범 총괄대표와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2014년 11월 필자는 앞서 소개한 죽음의 계곡의 문턱에서 회사의 방향성에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였다. 주요 인력의 퇴사 결정으로 내심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김충범 총괄 대표와 합류 논의를 하던 중 필자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한마디는 '한 개의 더듬이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눈 앞의 회사 운영과 관련한 문제가 있을 때는 다른 사업의 기회로 그 에너지를 발산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통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로 삼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니,이제 모바일마루라는 한 개의 더듬이로만 생존의 답을 찾지 말고, 500V라는 한 개의 더듬이를 같이 세우자고 했다.그리고, 500V 얼라이언스 합류 후 그 조언은 현실로 증명이 되었다.

우선 모바일마루는'맘픽' 서비스 출시와 함께 다양한 마케팅을 500V 주관하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함께 하는 합류사들이자사에서 운영중인 서비스를 통해 전적으로 도와준 것은 물론,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각 회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답변을 받고 진행할 수 있었다. '맘픽'이 원하고 있는 서비스가 많아 아직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지는 않았으나,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안드로이드앱 만으로 근 4만2천회에 가까운 다운로드/설치 수를 이뤄낸 것은스타트업으로는 희망적인 숫자라고 생각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각 회사의 네트워크를 통한 양질의 정보입수가 가장 큰 이유였다. 하루에도 수천 개 이상 쏟아지는 업계 정보 중 정작 우리 회사에 필요한 정보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보(때로는 ‘썰’)들은 500V 네트워크 안에서 정리되고 정제되어 각 회사에 양질의 정보로 전달된다. 500V안에서 존재하는 집단지성의 효과가 발휘된 셈이다.특히, 각 회사 대표님들의 풍부한 네트워크는 제휴나 제안을 희망하는 업체를 찾을 땐 탁월한 효과를 이뤄냈다. 두 번째는 500V가 앞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의 참여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500V가 출범한지 이제 8개월 남짓 지난 짧은 시간이라 이전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500V가 앞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에 얼라이언스 업체의 참여기회가 부여되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모바일마루의 경우에도 EPP에셋의 헬스케어 프로젝트, 모 기관 및 회사의 O2O 광고플랫폼 기획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바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전문적인 인력을 보강하고 사업의 방향도 확대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500V 합류 후 귀찮을 때도 많았다. 때마다 진행하는 업체간 ‘시너지 컨퍼런스’ 등의 회의 참석과 함께 종종 ‘회사현황’ 자료작성이나 ‘재무자료’ 제출 등의 이슈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런 부분은 스타트업 CEO로써 필자에게는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라 그랬던 것이라는 게 현재의 반성이다. 즉,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모바일마루와 같은 스타트업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팅(때로는엑셀러레이팅)의 역할을 수행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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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가느다란 곤충의 더듬이는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손처럼 물체의 촉감을 느끼거나 주변의 사물을 파악하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감각센서이다. 최근에는 더듬이가 짝짓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만큼, 곤충의 생태계에서 더듬이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생존도구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곤충에게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더듬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환경에서 필자는 이 중요성을 잊고 하나의 센서만을 동작시키는 과오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필자의 이 더듬이는 퇴화되고 있었다.스타트업이니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했고 시장 상황 역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펴볼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앞서 소개한 일화에서처럼 500V A얼라이언스 합류를 통해 퇴화되어가고 있는 더듬이를 살려냈고,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장에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얻게 되었다. 모바일마루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아니, 변화해야만 한다. 오길비&매더, 제이월터톰슨(JWP), 영 &루비컴(Young & Rubicam)등을 보유한 세계적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WPP그룹도 최초 설립 시에는 쇼핑 바구니 제조업체가 아니었던가. 2015년 현재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정보를 선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치관과 이 가치관을 현실화하기 위한 유연성과 실천력이 가장 중요한 생존의 공식이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계신 업계분들이 계시다면,이번 기회에 더듬이가 잘 동작하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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