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정부, ‘인터넷 길들이기’ 전방위 '협공'

방심위, '제3자 삭제요청' 원안대로 처리

인터넷입력 :2015/09/24 17:39

청와대-새누리당-정부기관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국민들의 알권리와 표현의자유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네이버, 다음의 뉴스배치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주장과 함께 '포털 길들이기'로 포문을 연데 이어 24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제3자도 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인터넷 언론 길들이기의 포문을 연 곳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 대표는 이달초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를 인용해 네이버, 다음의 뉴스 배치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공격했다. 조사결과,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의 수가, 야당을 비판한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게 이유였다.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이자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 의원은 “포털이 악마의 편집으로 진실을 호도하거나 왜곡한다”며 “공공성 담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포털의 역할을 재정립해야할 때”라고 압박했다.

네이버 다음 검색 포털 사이트가 편향된 뉴스 콘텐츠를 배치한다고 주장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같은 당 이재영 의원과 김상민 의원도 지난 17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의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네이버를 ‘정보유통사업자’로 획정하고, 뉴스 콘텐츠 유통 과정과정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톤을 높였다. 뉴스 콘텐츠 유통에 있어 네이버와 카카오를 시장 지배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을 법으로 규제하고픈 의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업계와 여러 언론에서 새누리당과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의 압박은 오히려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인터넷 길들이기 시도는 방심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을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200명의 변호인들은공인 비판을 차단하려는 방심위의 사이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을 공식 반대했다.

먼저 방심위는 법조계와 여러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 제3자직권심의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방심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원안대로 입안 예고했다. 심의위원 전원이 개정안 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20일간 입안예고 기간동안 여론을 수렴한 이후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심의규정 개정안을 확정한다.

명예훼손 제3자직권심의 개정안이란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을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삭제나 수정을 요청하면 이를 방심위가 직권심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대통령,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 기득권에 대한 비판 글을 정부가 사실상 마음대로 지우겠다는 뜻이다.

방심위는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공인은 이 같은 기준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공인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데 악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공인 배제 원칙은) 실효성도 없고, 법적 강제력도 없는 것으로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도 지원에 나섰다. 국정감사를 통한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공정위가 사실상 네이버나 다음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포털사들의 검색 점유율만 봤을 때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면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정무위 국감장에서 “(포털사들의) 시장 점유율 수치 자체로 보면 독과점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정위는 지금까지 포털업체를 정보유통업자 개념으로 보지 않았는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즉 네이버나 카카오가 시장 지배적 지위자로서 뉴스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유통하는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이로인해 폭리를 취하지 않았는지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들을 정보유통업자로 획정하고, 해당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함으로써 족쇄를 채우려는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공정위의 지속적인 감독 대상이 되고, 불공정 거래 적발 시 무거운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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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인터넷 포털 통제와 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국회 국정감사를 절정으로,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앞장서 문제를 제기 하고 관련 입법안을 만들면, 이에 맞춰 정부 기관들이 검열을 강화하는 형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24일 오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를 초청해 이들을 창조경제 주역으로 추켜세우더니 돌연 국정감사에서는 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앱과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와 콘텐츠들이 유통되는 모바일 시대에, 정치권은 아직도 어느 한쪽을 틀어막으면 정치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 함몰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