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라는 건 다시 ‘군사문화’다. 질서정연한. 대장의 한 마디가 말단 병사에까지 광속으로 전달되고 그 한 마디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결과적으로 사람이 로봇과 다르지 않는. 그걸 그들은 ‘효율’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군림하며 빨아본 그 꿀맛은 초특급 중독 물질이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게 뜻대로 움직이는데 이보다 더 멋진 신세계가 어디 있겠나. 집체성은 그만큼 지독한 것이다.
집체문화를 떠받드는 기둥은 비대칭 구조다. 위는 조종하고 아래는 따라야 한다. 그래서 위는 말할 입만 있고 아래는 들을 귀만 있어야 한다. 아래가 입을 열면 항명이고 반역이다. 그게 잦다보면 집체문화의 기둥이 썩는다. 기둥이 썩으면 구조물이 내려앉는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인 까닭도 거기 있다. 형식적인 민주화를 이뤄도 권력구조에 편입된 언론은 아래의 입일 수 없다.
그들에게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IT는 집체문화의 기둥을 갉아먹는 좀이다. IT는 개방, 연결, 자유, 다양성 등과 관련이 깊은데 그 자체가 불온한 것이다. ‘교양 없는 상놈’에게 발언권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특히 정리되지 않은 언어가 분열의 씨라고 믿는다. 그래서 전체의 효율을 높이려면 가능한 한 아래의 입을 닫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권력 교체기에 극심해진다.
선거철이 다가왔고 다시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에 대한 총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전위(前衛)는 새누리당이다. 첫 포(砲)는 오발에 가까웠다. 국내 인터넷의 심장부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겨냥했는데 안 쏘는 것만 못했다. 너무 엉뚱하였기 때문이다. 두 포털의 뉴스 편집이 여당에 불리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는데 주장의 근거도 박약하고 논리도 빈약했다. 거센 역풍이 몰아쳤다.
그 오발탄은 그처럼 누구나 속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허술하고 졸렬한 것이었는데 그들에겐 그게 하나도 창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설득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선전포고였을 뿐이다. 속셈은 곧바로 드러났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포털을 향해 십자포화를 쏴대고 있는 것이다. 촛점은 약간 조정됐다. 독과점. 오발탄 과오도 씻고 인터넷 진영을 분리해 공격하자는 계산이다.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한다는 명분을 들이댄 것이다. 글쎄. 의문이 든다. 이 주제는 따로 논해야 할 만큼 복잡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돕고자 하는 IT 기업인들이 새누리당 주장을 과연 얼마나 신뢰할까. 새누리당이 평소 인터넷과 IT 분야 벤처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고 이 분야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찾으려 노력했다면 모두 이 주장에 쌍수를 들었을 거다.
과연 그럴까. 인터넷 산업 생태계에 대한 새누리당의 주장은 우연찮게도 늘 선거철과 맞물리고 집권당 시절이라면 정부 위기와 호응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몇 사례만 들자. 2007년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네이버 평정” 발언. 2009년 촛불집회 후 다음 ‘아고라’ 공격. 2012년 대선 앞두고 네이버 다음 CEO 국감 채택. 그리고 이번 포털 정치 편향 보고서. 사건이 반복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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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그들에게 포(脯)을 뜨고 회(膾)를 쳐야할 도마 위 생선에 불과하다. 선거철만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적의(敵意)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건 거의 생리적이다. 적의(敵意)라는 게 기본적으로 폭력적이지만 거기에 권력을 보태면 가히 살인적이다. 고양이 앞에 고개 숙인 쥐처럼 선거철마다 설설 기어야 하는 포털 관계자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그들은 죄 없는 죄인이 된다.
그러니 보라. 아직도 몇 자루 이 빠진 칼로 민심(民心)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안타까운 족속이여. 칼은 칼을 부른다. 칼로 선 자 칼로 망하지 않은 사례는 인류 역사에 단 한 차례도 없다. 당신들은 인터넷을 좀으로 보지만 당신들이 결코 알 수 없는 게 좀이다. 당신들이 미칠수록 좀은 모인다. 그게 자연이고 인간의 도(道)다. 그러니 다시 생각하고 배우라. 그 알량한 권력을 다시 쥐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