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디지털로 혁신하는 은행의 조건

컴퓨팅입력 :2015/09/17 15:19    수정: 2015/09/17 15:31

손경호 기자

요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종이 문서 대신 이메일과 그룹웨어로 업무를 보는 시대에 왜 다시 '디지털'이란 말이 붙은 용어가 화두로 등장한 것일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에서 다음 세대로 변화를 예고하는 말이다. 이전까지 디지털 기술이 단순히 전통적인 산업을 보조하기 위해 디지털화된 정보를 읽고 쓰는 능력(literacy)으로만 그쳤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유형의 혁신과 창조를 이끌어내야만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뱅크라는 말이 어색치 않고,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금융 시장의 변방에서 전통의 은행들을 위협할만한 잠재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은 전통 은행들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에 고객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은 기존 금융 회사들이 혁신에 나서게 하는 동력으로도 부상했다. 국내 은행들도 핀테크 스타트업과 1:1 멘토링을 통해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한편, 금융권 공동으로 오픈플랫폼을 구축해 내부 시스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오픈API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핀테크 스타트업 끌어안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의 경우 모바일전용은행인 위비뱅크를 통해 연 7%~8%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하며 최근까지 300억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을 포함한 주요 은행들이 암호화화폐인 비트코인의 근간을 이루는 분산화된 온라인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을 자사 단기 기업어음 발급 서비스 등에 활용하려는 움직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은행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1년6개월 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520여개 은행권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다룬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가트너는 이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보수적인 은행들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으로 근간의 변화를 말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와 IT 및 관련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몇 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먼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있어야한다고 주문했다. 두번째로 CIO나 다른 C레벨급 임원들이 디지털 기술 자체보다도 디지털 트랜포메이션 과정을 디자인하고 잘 관리하기 위해 일명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집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자체 보다도 운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T조직 안팎에서 창조성과 혁신을 북돋을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IO를 포함한 비즈니스 리더들이 자신이 가진 스킬, 경험, 전문성을 평가해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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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은행 내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과 없는 기술을 정확히 평가, 필요하다면 은행업계 외부의 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 협업 열풍이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핀테크로 시작해 전통적인 금융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파괴적 혁신(diruption)은 국내외 은행들에게 위기이자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위기인지,기회일지는 은행들이 얼마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