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정기수기자)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 쌍용자동차가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적용, 주행성능을 높인 '렉스턴 W'와 '코란도 투리스모'를 내놓고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최근 국내시장의 레저용차량(RV) 열풍에 비해 아웃도어 차량의 강자로 군림해 왔던 코란도 시리즈와 렉스턴의 판매량은 역주행해 왔다. 소형 SUV 티볼리의 선전으로 내수 전체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왔던 렉스턴과 코란도 시리즈의 부진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렉스턴은 올 1~8월 내수시장에서 3천282대가 팔려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3천665대가 판매되는 데 그쳐 40.5% 급감했다.
이들 차량의 판매 부진 이유로는 '차량의 노후화'가 꼽힌다. 만족스러운 상품성을 갖췄지만 디자인과 동력 성능 등이 오랫동안 변경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유로6 파워트레인으로 업그레이드한 신형 렉스턴W·코란도 투리스모의 출시를 통해 시장 점유율 회복에 본격 나선다는 복안이다.
'뉴 파워'라는 수사(修辭)가 더해진 신형 렉스턴 W와 코란도 투리스모에는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e-XDi220 LET 2.2 디젤 엔진과 벤츠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을 이룬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내외관 디테일에도 변화를 줘 새로운 느낌을 부여했다.
렉스턴W·코란도 투리스모 2.2의 시승은 경기 가평 켄싱턴리조트 인근 6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각각의 차량 특성에 맞게 오프로드 구간만 칼봉산 자연휴양림과 오프로드로 구분됐다.
시승차는 렉스턴W는 RX7 프레스트지 트림이었고 코란도 투리스모는 9인승 RX 트림이었다. 이날 오프로드 시승을 위해 두 차종 모두 전자식 4WD 시스템이 적용됐다.
■돌아온 SUV 강자 '렉스턴 W 2.2'
신형 렉스턴W를 보면 제일 먼저 새로 적용한 고휘도(HID) 헤드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사각 바 타입의 라이트 가이드 포지션 램프로 고급감이 배가됐다. 독수리의 눈을 형상화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필러에서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이어지는 후드 캐릭터 라인은 역동성을 강조했고 새롭게 적용된 LED 포그램프와 18인치 스퍼터링 휠 등도 눈에 띈다.
운전석에 앉자 다른 SUV보다 시트고가 다소 높다는 느낌이다. 덕분인지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만족스럽다. 다양한 운전자세를 연출할 수 있는 8-way 전동식 파워시트와 3명까지 시트와 아웃사이드 미러를 자동 조절할 수 있는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도 적용됐다. 명품 오디오 메이커인 하만 그룹의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한 점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 만 하다.
시동을 걸고 NVH(진동 및 소음)에 주목했다. 디젤 엔진을 얹은 SUV를 탈 때마다 느꼈던 진동과 소음은 이전보다 부드럽고 정숙해진 느낌이다. 신형 렉스턴 W에는 국내 RV 모델 최초로 적용된 벤츠 7단 자동변속기가 최적화된 변속 품질은 물론 NVH(진동 및 소음) 역시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켄싱턴리조트를 빠져나와 37번 국도로 방향을 잡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금새 시속 100km를 넘겼다.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 토크 40.8㎏·m의 2.2리터 e-XDi200 엔진은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했다. 기존 모델(155마력, 36.7㎏·m)보다 대폭 향상된 수준이다.
또 LET(Low-End Torque)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발돼 최대 토크가 저속구간인 1천400rpm부터 2천800rpm에 달하는 넓은 영역에서 발휘된다. 초기 가속과 중저속 구간에서도 경쾌한 가속 성능을 맛볼 수 있다. 석봉로에 진입해 맞이한 와인딩 구간에서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도 빠르게 반응하며 치고 나간다. 높아진 토크 덕분이다.
신형 렉스턴W의 가장 큰 장점은 칼봉산 오프로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칼봉산 오프로드는 순정용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가장 험한 코스로 알려져 있다.
4WD로 다이얼을 놓고 업힐과 다운힐이 각각 5km 구간으로 구성된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수많은 돌과 바위로 구성된 오르막길도 어렵지 않게 치고 올라간다. 후륜에 적용된 '독립현가 멀티링크'로 좌우 휠이 독립적으로 상하 운동을 하면서 거침없이 차를 끌어올린다. 20도가량 기울어진 경사로도 전복 우려 없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계곡물도 가속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도강에 성공했다.
내리막길에서는 HDC(자동감속장치)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HDC 버튼을 누른 후 내려가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내리막길에서 시속 5~30km 저속 주행이 가능했다.
착한 가격도 장점이다. 신형 렉스턴 W의 판매가격은 ▲RX 2천818만~3천430만원 ▲노블레스 3천876만원이다.
경쟁차종인 현대차 맥스크루즈는 3천294만~4천309만원, 기아차 모하비는 3천889만~4천569만원이다.
■4WD 더한 '코란도 투리스모 2.2'
신형 코란도 투리스모는 HID 헤드램프와 크롬을 확대 적용한 3선 라디에이터그릴을 통해 역동적인 SUV 이미지를 강조했다. 실내에 적용된 새로운 우드그레인 패턴도 눈에 띈다. 시승차에는 새로 디자인한 전용 17인치 스퍼터링휠이 적용됐다.
기아차 카니발 등 경쟁 차종이 문을 뒤로 밀어 열어 젖히는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것과 달리, 코란도 투리스모는 SUV처럼 앞으로 당겨 여는 스윙 도어를 채택한 점도 특징이다.
문을 열자 4열 시트까지 탑승 가능한 광활한 실내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2·3·4열을 모두 접을 경우 3천240리터에 달하는 적재공간도 확보된다.
2.2리터 e-XDi200 엔진이 지닌 순발력은 코란도 투리스모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평일 오후인 관계로 다소 한산했던 국도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금새 시속 100km를 넘어 160km까지 치고 올라갔다. 사견을 곁들이자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느낀 가속성능은 세단과 견줄 만 하다.
정숙한 실내 역시 만족스러웠다. 디젤 엔진 특유의 떨림이나 소음은 물론,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도 풍음이나 부밍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진가는 험로 주행성능이다. 신형 코란도 투리스모는 후륜 구동을 기본으로 동급 유일하게 전자식 4WD 시스템을 탑재해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전천후 주행 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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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지막 시승 코스인 방하리 오프로드에서도 4륜구동 모드로 전환하자 거침없이 내달렸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오프로드 와인딩 구간에서도 높은 차고 때문에 우려됐던 쏠림 현상 없이 탁월한 코너링을 보여줬다.
판매 가격은 ▲TX 2천866만~2천899만원 ▲RX(11인승~9인승) 3천329만~3천354만원이다. 승합차로 인정받아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연간 자동차세가 6만5천원에 불과해 경제성도 높다. 6인 이상 승차하면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도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