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용 가상데이터룸, SaaS로 인기 있는 이유

컴퓨팅입력 :2015/09/02 16:43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이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기업이나 금융 같은 산업에선 클라우드 진입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라이선스 거래 같이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기업 간 전략적거래 시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통해 기밀문서를 주고받는 일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포춘 1천대 기업의 99%가 이런 방식으로 전략적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만난 M&A 플랫폼 전문 기업 인트라링크스의 북아시아 지역 담당 올리버 마놀로비치 이사는 “아주 중요한 기밀문서인데 협업이 필요한 경우 전통적인 방법보다 클라우드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간 전략적 거래 시 기밀문서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상데이터룸(VDR) 이라고 한다. 기존에는 M&A를 할 때 매도자 측이 물리적 공간을 마련해 놓고 필요한 문서를 하드카피로 복사해 놓으면 매수자 측이 와서 살펴봤던 것을 클라우드 공간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인트라링크스에 따르면 VDR은 글로벌 M&A 시장에서 표준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인트라링크스의 VDR 솔루션인 딜스페이스의 경우 포춘 1천대 기업 99%가 사용하고 있고 매년 5천건 이상의 인수합병이 솔루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인트라링크스를 통해 M&A를 성사시킨 건수도 수십건에 달한다고 한다.

인트라링크스의 북아시아 지역 담당 올리버 마놀로비치 이사

클라우드 기반 SW 확산에 걸림돌로 여겨지는 보안에 대한 우려가 VDR 시장에서는 장벽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에 대해 올리버 마놀로비치 이사는 두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하나는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보안 수준에 대한 사용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는 “개별 기업들이 자체 전산실에 데이터를 넣는 것보다 더 객관성 있는 전문업체가 제공하는 별도의 서버에서 데이터를 운영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히려 물리적인 공간에 보관해 놓는 경우 매수 희망자가 와서 어떤 문서를 보고 갔는지 알 수 없지만 클라우드 상에서는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떤 문서를 봤는지 다 알 수 있다. 또 어떤 문서를 공개할지 사람마다 접근 권한을 제어할 수 있고 문서를 화면에서만 보거나, 다운받거나, 인쇄하는 등 다양한 보안 수준을 적용할 수 있어 더 보안 문제를 컨트롤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트라링크스의 경우 ‘선가드’가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트라링크스 서비스만을 위해 할당된 전용 서버가 있고 서비스 안에서 제공하는 문서보안 수준도 2중으로 암호화해 고도화 시켰다. 그는 "인프라링크스가 지난 18년간 VDR 솔루션을 서비스하면서 보안과 관련해서 해킹이나 기밀누설에 의해 문제가 생긴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하며 “고객들 중엔 2중 암호화를 포함해 철저한 보안 수준에 만족해 M&A 문서뿐만 아니라 회사의 아주 중요한 문서들을 우리 서비스에 보관하고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리버 마놀로비치 이사에 따르면 VDR이 보안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또 다른 이유는 M&A 같이 전략적 거래 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아 제 3의 업체에 문서를 보관하는 것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그는 "계약이 끝났는데 처음에 봤던 문서와 내용이 달라져 있는 경우가 있어 종종 분쟁이 일어난다”며 “문서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제3 업체에 보관돼 있는 것이 공정하기 때문에 VDR을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북미나 유럽과 달리 아직 아시아 지역에서는 VDR방식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M&A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차이에 대해선 올리버 마놀로비치 이사는 "북미와 유럽에서 M&A가 훨씬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프로세스나 기술이 더 앞서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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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M&A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북미와 유럽에선 전통적인 방식보다 VDR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쉽게 문서를 공유할 수 있고, 더 많은 매수 희망자와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보편화 됐다는 설명이다. 실사 단계가 길어질 수록 기업 가치가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준비단계와 문서 공유 시간을 단축시키는 건 중요한 요소다.

올리버 마놀로비츠는 한국도 M&A시장이 더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VDR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정부가 M&A를 기업 성장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추진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M&A가 활성화되면 M&A 프로세스도 글로벌 수준으로 성숙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