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는 기업 IT관리직을 죽이는가?

새로운 인프라 환경, 달라진 엔지니어들의 일

컴퓨팅입력 :2015/08/04 10:25    수정: 2015/08/05 10:23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장 후 퍼블릭 클라우드가 IT업계에 뿌리내리기까지 많은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전통적인 IT 생태계를 뒤흔들 파괴적 트렌드란 점 때문에 IT 관련업종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클라우드 등장 이후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장비를 만드는 회사와 그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의 설자리는 확실히 줄었다. 관련 기업들은 이제 전통적인 IT시스템 판매관련 사업과 직원을 다른 회사에 팔거나 구조조정하기 바쁘다.

기업 내 IT 직원의 입지도 위협받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시스템 엔지니어의 고용안정성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AWS를 쓰면 하드웨어에 대한 관리책임이 기업 손을 떠나게 되고, IT관리자로 불리던 사내 시스템 엔지니어의 설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울한 전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AWS의 최근까지 신규 서비스 출시 행보는 업계 불안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인프라 영역인 AWS EC2(Elastic Compute Cloud), S3((Simple Storage Service), EBS( Elastic Block Store) 같은 서비스만 쓰는 경우 시스템 엔지니어의 역할은 전과 다르지 않다. 하드웨어가 가상 시스템으로 바뀔 뿐이다. 엔지니어는 개발조직이나 사내 현업부서를 위해 시스템을 준비하고 유지하는 업무를 유지하면 된다.

그러다 AWS가 제공하는 고급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AWS RDS, 다이나모DB, 오로라(Aurora) 같은 데이터베이스나, 레드시프트, 키네시스 같은 분석 서비스를 쓰는 경우다. 이 경우 개발자는 IT 관리부서를 지나쳐 프로그래밍 단계로 직행할 수 있다.

개발자는 AWS에서 분석, 모바일, 서비스 배포 등 다양한 API를 활용해 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코드 아랫단 하드웨어 관리는 AWS의 몫이다. AWS는 코드 배포, 깃(GIT) 저장소 등도 제공한다. 까다로운 시스템 설정 없이 코드만 올리면 바로 실행될 수 있게 해주는 ‘AWS 람다’는 IT 엔지니어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는 것처럼 보일 정보다.

AWS의 최근 행보는 개발자와 비즈니스 현업으로 집중된다. 내놓는 신규 서비스에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Fully managed service)’란 말을 많이 쓴다. 확실히 AWS는 모기업 아마존닷컴을 위해 내부 IT관리부서에서 만들어 쓰던 툴을 상용 서비스로 내놓고 있다. 각 기업에게 IT관리 책임을 AWS IT 관리 전문가에게 넘기라면서 말이다. 이는 비즈니스와 IT의 결합이 일반화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첩해져야 하는 기업의 요구와 서로 통한다.

마쿠 레피스토 AWS APAC 수석기술에반젤리스트는 “AWS를 통해 공정 비용을 가변비용으로 바꿀 수 있고, 인프라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기업은 비즈니스 역량에만 집중하면서 민첩하게 움직이고,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 단계마저 건너뛰고 비즈니스 앱을 바로 쓰는 길도 있다. AWS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SW 개발사의 제품을 쓰거나, 가상데스크톱(AWS 워크스페이스), 공유 스토리지(AWS 워크독스) 등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직접 이용할 수 있다.

그는 최근 IT분야 트렌드를 6가지로 분류했다.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핵심 역량에 더욱 집중하고, 서버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빌드하며, 모바일 퍼스트로 이동하고, 클라우드 보안이 강화되고 있고, 데이터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쿼라에 ‘왜 넷플릭스 같은 대형 사이트가 AWS를 쓰는가’란 질문이 올라왔다. 넷플릭스의 닐 헌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답변을 달아 ‘운영 부담과 가동률(utilization) 측면에서 자체 호스팅보다 더 저렴하다’고 AWS 이용의 근거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현재 12개의 AWS 데이터센터를 사용중이다. 여분(redundancy)과 탄력성(resiliency)을 포함해서다.

그는 AWS 데이터센터에 있는 운영 전문가 수백명의 도움을 받는 게 직접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효율적이라고 밝혔다. AWS 직원이 자신들보다 운영 전문성이 높다고도 적었다. 그는 AWS 리소스 가동률을 50%라고 밝혔다. 필요할 때만 빌리고, 서비스 피크가 아닐 땐 반납한다는 설명이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 가동률이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매년 넷플릭스 성장에 따라 데이터센터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필연적으로 머신 클러스터를 떨어뜨리게 돼 네트워킹, 연결성, 보안 등에서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WS의 설명과 실제 고객사 직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IT 엔지니어를 기업 내부에 직접 고용하는 게 비용 낭비로 여겨질 법도 하다. 기업 안에 엔지니어의 설 자리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IT 엔지니어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넷플릭스에서도 엔지니어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하드웨어 특화 엔지니어는 몰라도 넷플릭스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엔지니어들은 고용한다.

AWS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보면, 다양한 관리도구가 있다. 단순한 자원 모니터링은 물론, API 관리, 사용자인증관리, 자원관리, 자원 프로비저닝, 보안, 로드밸런싱, 자동 라우팅 등 클라우드 환경 관리에 필요한 도구가 즐비하다. 개발자가 AWS API를 바로 활용한다고 해서, IT엔지니어의 역할이 없는 게 아니다. 앱과 서비스를 만들 때 수많은 API를 여기저기서 끌어다 쓰게 되는데, 갈수록 API 관리가 어려워진다. 엔지니어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API를 관리하고, 장애 발생 시 회사의 서비스 가용성을 유지하는 여러 조치를 사전에 마련하고, 우발적 장애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쿠 레피스토 AWS 에반젤리스트는 ‘AWS API 게이트웨이’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앱이나 서비스를 이루는 수많은 API를 모아서 자동 관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관련기사

재해복구(DR)도 엔지니어를 고용할 필요를 만든다. 'AWS 라우트53'란 DNS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리적으로 떨어진 AWS 리전 간의 DR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사용중인 AWS 환경을 다른 리전으로 한방에 복제하는 클라우드포메이션 서비스와 결합하면 자가복구(self healing)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AWS의 시대에 엔지니어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API 관리나 DR, 보안 등의 작업을 개발자가 직접 수행하는 건 어렵다. 개발과 운영을 함께 잘하는 전문가는 희귀하다. 클라우드 시대에도 프로그래머와 현업은 엔지니어를 필요로 한다. 존재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IT엔지니어의 존재 의미는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다. 엔지니어의 역할은 계속 존재하지만 그걸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은 변한다. 지금은 세세한 코드 단위는 아니더라도 회사 IT서비스 전반에 대한 구조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