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연구자가 수컷 쥐로 실험 할 때와 여성 연구자가 수컷 쥐로 실험 할 경우, 쥐가 받는 고통의 정도는 다릅니다. 페로몬 때문이지요.”
커트 라이스 노르웨이 HioA대 교수는 26일 ‘2015 아시아 태평양 젠더서밋’ 기자간담회에서 "동물임상실험에 있어서 동물의 성별과 함께 실험자의 성별도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남성 편향적이었던 기존 연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연구분야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한 연구를 확산시키자는 움직임이 과학기술계에서 거세지고 있다. 보건과 의·약학 분야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나타나는 여러 사례들로 인해 앞으로는 젠더(gender) 요소를 반영한 연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젠더란 생물학적 속성 외에 사회적인 환경과 훈련으로 남녀의 기질이 형성된다는 것을 강조한 용어다.
특히 동물 임상실험에는 관리하기 편한 수컷 동물을 실험에 많이 사용돼 왔지만, 약물에서 성별로 다른 반응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실험에 암수컷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연구 개발에 사용되는 동물의 성비를 맞춰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암컷 쥐를 가지고 동일한 실험을 했을 때 아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마찬가지로 사람의 질환을 치료하고 통증을 연구할 때도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실시해야 정말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에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참여할 때 연구결과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엘리자베스 폴리처 영국 '포샤' 소장은 “실제로 연구가 잘못됐을 때 남성들은 다른 방식을 사용해서 한 번 더 접근하는 것을 시도하지만, 여성들은 잘못된 이유가 뭔지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두 개의 다른 접근 방식을 융합해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연구팀 내에서 젠더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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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중에 나타나는 젠더편향 사례들도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 론다 슈빙어 미국 스탠포드대 석좌교수는 구글 번역기를 예로 들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는 남성 대명사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이름에도 불구하고 'He said' 나 'He thought' 같은 문장이 빈번히 등장한다”며 “구글 측에 이러한 사실을 전달했고, 구글은 번역 결과에 이러한 문제점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괄호를 통해 '그'가 '그녀'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형태다.
한편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이혜숙 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젠더 특성을 고려한 과학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창조경제에 이바지하는 바도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