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시 男보다 女 부상 위험도 2배↑…왜?

남성 중심적인 과학기술계의 문제점

과학입력 :2015/08/24 15:05

동일한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경우,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부상 당할 확률이 높을까?

안전벨트도 매고 같은 속도로 주행하고 있는 도중 사고를 당할 경우 여성이 부상당할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의 국립 도로교통연구소((VI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부상당할 확률은 남성보다 47% 높다. 자동차 안전시스템 설계 시 남녀 모두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충돌실험에 사용하는 실물형 인체모형인 ‘더미’는 남성의 신체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교통사고 중 가장 흔한 상해라고 할 수 있는 목뼈 부상에 여성이 두 배나 더 높은 위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스트리드 린더 스웨덴 국립 도로교통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안전시스템이 남성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여성은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크다고 지적한다. 남성 데이터 기반 더미 실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린더 소장은 자동차의 안전시스템을 설계하고 평가할 때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운전자를 고려하는 운전자 다양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충돌 실험 영상 캡쳐

그는 “현재는 자동차 안전시스템 설계 시 여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보통 평균적인 남자를 모델로 한 더미를 충돌시험에서 인간을 대표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신차평가제도(NCAP) 같은 소비자 정보기관에서 수행하는 시험에서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린더 소장은 “자동차 탑승자에게 가장 자주 발생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상은 목뼈 부상”이라며 “축척된 자료를 보면 이런 충돌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 탑승자는 덜 보호 받고 있어 부상 위험도가 2배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보호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지만 목과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액티브 헤드 레스트 같은 보호시스템 역시 남성들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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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더 소장은 젠더 혁신을 통한 연구 효율성 증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아태 젠더서밋’에서 '남녀 차이를 고려한 자동차 안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할 예정이다.

한편 아태 젠더서밋은 세계적인 여성과학자들이 서울에 모여 이 같은 남성 중심적인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연구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젠더 요소가 반영된 연구개발은 통해 과학기술 혁신 및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과학기술 전문가 정책입안자, 젠더 전문가 등이 모여 젠더 이슈를 논의하는 국제회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