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시켜 내보내는 국내 중견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컴 오피스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는 사내 벤처인 ‘한컴커뮤니케이션'을 자회사로 독립시켜 클라우드 사업관련 신사업을 맡겼고 금융IT전문 업체 웹케시는 시장성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신사업 전담 조직인 ‘마드라스체크’를 분사시켰다.
중견SW 업체들이 신사업을 분사시키는 이유는 캐시카우로써 주력 사업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동시에 좀 더 과감한 경영판단과 기민한 조직운영이 필요한 신사업은 스타트업처럼 운영해 키워보기 위해서다. 또 신사업이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경우 편견 없이 비즈니스모 델만으로 시장에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 만에 하나 서비스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좀 더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 등 경영상 여러모로 이득이라 판단한 속내도 읽힌다.
■ 중견SW업체 '더 작아야 산다'
한글과컴퓨터는 올해 4월 벤처 초심으로 돌아가 신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던 사내벤처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한컴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단 9명으로 꾸려진 한컴커뮤니케이션은 클라우드 오피스 ‘넷피스24’를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된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한컴 측은 넷피스24가 출시 3개월만에 3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짧은 기간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회사 독립 전략이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컴은 이밖에도 자동통번역 전문 업체 시스트란 인터내셜과 합작 투자해 '한컴인터프리'라는 음성인식 및 자동통번역 회사를 설립했고, 핀테크 사업을 맡을 '한컴핀테크'라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한컴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회사 설립을 통해 신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이 진행하려는 신사업들이 최근 시장 트렌드와 부합한 것들이라 빠른 의사결정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며 "조직이 커지면 커질 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니까 벤처나 스타트업처럼 좀 더 작은 조직이 적합하다는 경영진들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웹케시는 이달초 혁신 신사업을 맡을 조직을 물리적으로 분리했다. 빠른 시일 안에 별도 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분사한 조직인 '마드라스체크'는 기업용 메시징 서비스 ‘콜라보’와 그룹 게시판 서비스 ‘오픈보드’, 캘린더, 연락처 등 협업 솔루션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0여 명으로 꾸려진 마드라스체크는 경영 방식과 조직 문화도 웹케시와 별도로 독립적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중견SW기업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총괄 책임은 “실제 스타트업처럼 절박함을 가지고 사업에 매달리기 위해 팀원 모두 월급을 깎고 사업이 성공했을 때 지분으로 보상 받기로 했다”며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로만 조직을 꾸렸다”고 강조했다.
웹케시 역시 핵심사업인 금융IT와 핀테크을 남겨 놓고 인사나 급여 등 연관성이 적은 다른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분사 시켜 나갈 계획이다.
■ 중견SW기업, 신사업 분사 진짜 속내는?
IT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중견 SW기업들이 구상하는 신사업도 시장 트렌드를 빨리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큰 조직보단 작은 조직이 시장에 대응하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도 분사를 통해 신사업을 진행했을 때 실질적으로 경영상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점이 많다. 먼저 기존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신사업을 펼칠 경우 새로운 법인을 통해 선보이는 것이 시장에서 좀 더 긍정적인 평과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 SW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신사업을 펼칠 경우 '그 회사에서 무슨 그런 사업을 할 수 있냐'는 식의 편견이 있어 기존 배경이 오히려 독이된다”며 “경영진들 역시 분사를 통해 스타트업처럼 서비스나 아이디어 자체로 평가 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견SW기업이라도 신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투자 유치가 필요할 수 있는데 분사된 서비스는 투자유치도 좀 더 수월 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커지면 투자를 받을 때도 자산 규모나 매출 성장세 같은 부분도 따지게 되는데 분사된 서비스는 스타트업처럼 비즈니스 모델만 인정받으면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네이버, ‘소프트웨어 놀자’ 프로그램 확대2015.08.20
- "SW를 암기·주입식으로 가르치면 망한다"2015.08.20
- "SW교육이 미래다"...韓-英, 공동 학술세미나 개최2015.08.20
- SW교육이 수학·과학과 만나야 하는 이유2015.08.20
분사를 통해 해당 서비스 실패로 인한 부담을 보다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경영진들이 분사를 선호하는 이유다. 내부에서 신사업을 진행하면 서비스가 실패했을 경우 쉽게 서비스를 접지 못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계속 비용이 들어가기 쉽다. 하지만 분사 시켰을 경우 서비스가 잘 안되면 본사에서 투입한 투자에 대해 손실 처리만 하면 서비스를 정리하는 것도 비교적 쉽다는 설명이다. 본사 사업의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덜 미치게 된다.
이렇듯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해 신사업을 진행했을 때 서비스 운영이나 경영상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견SW기업들의 자회사 설립이나 분사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